엘리베이터에서 직원들과 잡담하는 따님 될 수도 있을텐데
지난 3월28일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각. A대기업 OO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퇴근하려는 직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일상적인 퇴근 풍경이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2대중 한 대는 문이 열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머지 한 대에 퇴근하려는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아무도 나머지 한 대의 엘리베이터가 왜 문이 열린 채 가만있는지 묻지 않는다. 직원들은 엘리베이터 1대가 윗층으로 올라오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은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이 기업에 들르는 A기업 회장 따님이 퇴근을 앞두고 있어서다. 따님이 사무실에서 나오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1층으로 직행할 수 있게 배려하기 위함이다.
직원들의 오너에 대한 일종의 예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존경받는 이 기업의 대표이사 전문경영인은 이 따님보다 직급이 훨씬 높지만 같은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세운 적이 없다.
따님은 아직 재계 오너들과 비교해도 한참 젊다. 충분히 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같이 얼굴 맞대는 직원들과 엘리베이터에 같이 올라 잡담하면서 내려올 수도 있을텐데.
지난해 롯데그룹은 빌딩에 달려있는 6개의 엘리베이터를 순차적으로 교체했다. 덕분에 6대중 1대가 교체되느라 사용할 수 없었다. 출퇴근이나 점심시간 엘리베이터는 항상 꽉 찬 '만원 지하철'같았다.
그러나 신격호 롯데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은 직접 갈색가죽 가방을 들고 직원들 사이에 끼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곤 했다. 기업마다 문화가 다를 수 있지만 어쩐지 두 장면이 자꾸 머리속에서 교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