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사 비위 맞추기식 등급평가 빈번…평가사-투자자 공생 모델 필요
이 기사는 07월11일(11:29)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오는 15일 회사채 발행 예정인 한국금융지주는 당초 예상했던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발행 금리를 정했다.
신용등급 상향을 염두 해두고 투자자들을 모집했으나 상향이 불발되면서 예정했던 금리 수준을 수정한 것이다.
지난달 외표채 발행을 준비해오던 오리온이 원화채 발행으로 당초 계획을 선회했다. 이 사실이 확인될 무렵 오리온의 회사채 등급도 조정됐다.
회사채 발행을 전후해 한국신용평가와 한신정평가가 기존의 ‘A’등급을 ‘A+’로 상향한 것.
평가사들은 제과사업부문의 시장지위와 부동산 등 보유자산의 실질가치가 우수하다는 점을 등급 상향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매일유업의 신용등급도 상향 조정될 것이란 얘기가 흘러 나오고있다. 2001년 중반 'BBB+'등급이었던 매일 유업은 2006년 예비평가 때 A등급을 받았다.
회사채 발행과 신용등급 조정 시기가 맞물리는 현상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등급이 상향되면 그만큼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급기야는 신용등급 상향을 염두해 두고 미리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됐다. 물론 옵션조항이 포함돼 있다. 등급이 상향되지 않으면 가산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 발행사 입맛 따라 등급 평정?
이 같은 상황은 신용등급 평가가 발행사 수요에 맞춰 이뤄진다는 비판을 불러온다.
따지고 보면 그리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신평사의 수익구조 시스템은 일반 기업과는 조금 다르다. 발행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로 이익을 낸다.
그러나 정작 기업의 신용등급을 필요로 하는 쪽은 투자자들이다.
독자들의 PICK!
즉 비용은 발행사가 부담하고 등급에 대한 소비는 투자자들이 하는 구조다. 발행사 입장을 완전히 외면할 수 없는 신평사의 고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내 신평사 한 관계자는 "요즘은 반품되는 상품이 많아 회의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업들이 평가된 신용등급에 불만을 표시하면 공시 전 평정회의를 다시 연다고도 귀띔했다.
'신용'을 둘러싼 평가사와 기업간 암묵적인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용평가도 하나의 사업이다 보니 의뢰 기업의 요구를 완전히 외면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 평가사-투자자 공생 모델 없을까
국제 신평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대공황이었다. 이전까지 신용등급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인지도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투자자들은 경기 불황을 겪으면서 손실이 커지자 발행사에게 신용등급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법제화를 통해 시장이 형성된 국내와 달리 투자자들의 필요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평가사의 수익이 발행사에서 나오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프라인 평가업의 발전을 위해 자본시장 전체가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그동안 평가사들이 투자 등급의 최종 수요자인 투자자를 위해 어떤 세밀한 관심을 기울였는지도 한번 되물어 봐야 한다.
평가 모수가 극히 빈약한 상황에서 부도보고서 발간 자체를 투자자 서비스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업종 및 이슈 세미나도 시장의 욕구를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
실제로 보고서 및 세미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남발하는 '수박 겉핥기'식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투자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신용등급은 결과적으로 등급에 대한 궁극적인 신뢰를 희석시킬 수밖에 없다. 결국 평가사와 투자자가 서로 직접적인 이익을 주고받는 모델이 필요하다. 그것이 평가 등급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