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다리는 게 약

[기자수첩]기다리는 게 약

오승주 기자
2008.10.17 07:45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시황기자로서 최근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다. 국내증시 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연일 미끄럼을 타면서 향후 증시가 어떻게 될 지 문의하는 일이 많아졌다.

증시에 직접 투자하지 않아도 주식시장을 기반으로 한 펀드투자자 등 간접투자자들 대부분이 적어도 20% 이상 손실을 입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장안의 '장삼이사' 가운데 증시와 연관되지 않은 투자자가 없다.

"어떻게 될 것 같나"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솔직히 저도 모르겠습니다"이다. 증시밥을 오랫동안 먹은 전문가들도 대답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증시가 활황일 때 기자도 펀드 몇개에 가입했다. 수익률은 물론 수십%의 마이너스다. 국내형 주식 펀드 2개와 해외펀드 1개를 볼 때마다 쓰려오는 가슴을 스스로 어루만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가지 믿음은 있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것이다. 가치투자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예전에 만난 자리에서 "딸이 '주식은 언젠가는 오른다'는 글을 적어놓은 노트를 보고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당시 이 부사장은 당시 운용하던 펀드가 IT버블 붕괴를 맞아 큰 손실을 내 마음이 괴로운 상태였다. '하루하루 사는 게 고역'이었다는 이 부사장은 '좋은 주식을 골라 오래 보유하면 언젠가 오른다'는 말을 자주 딸에게 했다고 했다. 가치투자의 신념을 지닌 이 부사장은 곤경을 겪을 당시 잊고 지냈던 이같은 신념을 어린 딸에게서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증시는 투자자의 한숨과 피를 먹고 자라는 괴물이다. 지난해 활황장에서 불과 1년 사이에 이처럼 모진 고초를 겪을 지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황론까지 이야기하며 자본주의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공포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이야기만 가득한 요즘, 희망까지 버리면서 살아가기에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도 믿는다. "언젠가 내 펀드도 기다리면 수익률이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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