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대주건설 ABCP 연체 후 오히려 채권단에 '큰소리'
이 기사는 10월31일(15:25)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Case #1.
코스닥 시장에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빠르게,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벤처기업들은 대규모로 CB·BW를 발행했다.
CB·BW를 많이 투자한 곳은 외국계 펀드들이었다. 피터벡앤파트너스, 오즈매스터, 에볼루션 등이 CB·BW 투자로 유명한 펀드들이다.
이들 펀드들은 벤처기업 위에 군림했다. 굴욕적일만큼 헐값에 발행하도록 했고, 주식으로 전환해 몇배의 차익을 얻었다. 당장 유동성이 급한 벤처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같은 요구를 들어줘야 했다.
그러나 상황이 묘하게 반전됐다. 코스닥과 벤처 시장이 망가지면서 CB·BW의 주식 전환으로 이익을 얻기 힘들어졌다.
펀드들은 CB·BW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채권의 원리금 회수에 나섰다. 그러나 원리금조차 갚기 힘들어진 일부 벤처기업들은 '배째라'식으로 나왔다.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는 펀드들에게 추가 자금을 내놓을 것까지 요구했다. 추가 지원을 안하면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로 넘어가 원리금을 갚지 않겠다는 어깃장까지 부리고 있다.
Case #2.
대주건설이 자산유동화어음(ABCP)을 연체했다. 그런데 곤욕을 치르는 곳은 대주건설이 아니라 채권자인 금융회사들이다.
대주건설은 울산 무거동 아파트 공사 사업에 175억원 규모의 ABCP를 지급보증했다. 지난 9월 18일 만기가 돌아왔으나 대주건설 측은 25억원만 상환하고 나머지는 갚지 못했다. 대주건설은 채권자인 한국투자증권에 만기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천안 아파트 사업엔 200억원의 자금이 미상환됐다. 중도상환금 25억원을 제때 갚지 않아 연체상태가 됐다. 대주건설은 8개 대주단에 공문을 보내 중도상환 조건을 만기 일시 상환으로 변경해달라고 '통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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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건설측에 '만기연장 안되면 어떻게 하는가'라고 묻자 "그럴 리 없다"고 답이 왔다. 금융회사들이 망하게 하진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다. 게다가 정부도 지원해준다고 했으니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다.
평상시라면 채무자인 기업들이 금융회사 앞에서 꼼짝도 못한다. 만기 연장, 채무조건 변경을 위해 애걸복걸 매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 채권-채무 관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채무자인 기업이 큰소리를 치고 있다. 어음 만기를 어기고 나서야 만기를 연장해달라고 '통보'를 하는 지경이다.
그러나 한번 잃은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 신뢰를 잃은 코스닥 시장에선 우량기업들이 떠나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내놓는 사업 계획을 곧이곧대로 믿는 투자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건설업계에도 '배째라식' 대응이 확산될까봐 우려된다. '도덕적 해이'가 '전략'이 돼서는 곤란하다. 당장은 도움이 될 지도 모르지만 재기의 기회는 영영 잃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