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기준 주당3만원은 EV/EBITDA 16배...사주조합 무력화 시키려다 되레 자멸
이 기사는 12월02일(14:41)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11,400원 0%)의쌍용건설인수를 포기한 원인으로 건설경기 침체와 금융위기로 인한 주가폭락이 지목되고 있다. 2만원에 육박하던 주가가 4분의 1토막이 났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본 입찰이 실시된 지난 7월 기준으로도 동국제강이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을 써냈다고 지적했다. 동국제강 스스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딜'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자산관리공사와 채권단 보유지분 50.07%(149만6000여주)에 대해 동국제강은 써낸 가격은 주당3만1000원, 총 4620억원이다. 지분 100%에 대한 기업가치는 9200억원 정도로 산출된다.
작년말 쌍용건설의 EBITDA(이자비용, 법인세, 감가상각비 차감전 이익)은 568억원 수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에비타승수(EV/EBITDA)를 무려 16배로 봤다는 의미다. 인수후 16년이 지나야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정도 밸류에이션은 대우건설이나 극동건설보다 쌍용건설 가치를 더 높게 봤다는 뜻"이라며 "누가 봐도 비상적인 가격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다른 인수희망자를 신경 쓴 가격이 오히려 스스로에게 '독'(毒)이 돼 자멸하는 양상을 띠었다는 것. 여기에 건설경기 침체 등이 이를 가속화 시켰다.
동국제강이 이처럼 무리한 가격을 내놓은 것은 오로지 우선매수청구권을 무력화시키는데 치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쟁자를 제거하는데만 신경쓰다보니 기업의 현재가치와 미래가치를 기반으로 꼼꼼히 밸류에이션을 하지 못했다는 것. 끝내 쌍용건설 인수에 동참할 재무적투자자(FI)를 구하지 못한 근본원인도 결국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캠코가 재입찰을 시작했을 때 또 다른 인수희망자도 우선매수청구권을 신경쓰다보면 이번과 동일한 양상으로 딜을 진행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업계 관계자들은 "구주매각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극대화만 초점을 맞춰서는 또 한번 동국제강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게 된다"며 "재입찰에서는 좀더 합리적인 매각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