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르포] "35년 쌓은 저력으로 위기 돌파"

[창원르포] "35년 쌓은 저력으로 위기 돌파"

창원(경남)=강기택 기자
2009.01.02 10:00

#창원의 위성도시 역할을 하고 있는 김해 장유신도시. 미술학원장인 최모씨(40세)는 지난해 12월에 원생 5명이 한꺼번에 학원을 그만뒀다며 난감해 했다. 모두 12월 월급을 지급하지 못한 쌍용차 창원공장 근로자의 자녀들이었다. 월 10만원인 학원비가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10시30분 창원공단로. 마산항과 창원공단을 잇는 이 도로가 한산했다. 30여년을 창원지역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다는 택시기사 김모씨(56세)는 명절 연휴에 공단이 텅텅 비었을 때의 수준으로 교통량이 줄었다고 했다. 번화가인 상남동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실물위기로 한국기계산업의 메카인 창원이 흔들리고 있다. GM대우, 쌍용차 등 자동차공장들이 감산체제에 돌입하면서 조업을 중단했으며 건설중장비 업체인 볼보건설코리아도 공장을 세웠다.

S&T모터스, 대림자동차 등 오토바이 업체들도 휴업중이며 지게차를 생산하는 두산모터롤, 공작기계를 만드는 두산인프라코어도 부분휴업에 들어갔다. 기계업체는 아니지만 재고가 누적된 LG전자 공장, 소니전자 등도 역시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창원상공회의소가 창원 지역 10인 이상 제조업체 123개사를 대상으로 2009년 1분기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62.9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IMF 금융위기 직후 경기저점이었던 1998년 2분기 62.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BSI지수는 2007년 4분기 115.5를 정점으로 2008년 1분기 107.8, 2분기 104.7, 3분기 91.8, 4분기 81.0로 하향일로를 걷고 있다. 경기악화를 예상한 업체는 49.6%(61개사)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업체 13.0%(16개사)를 4배 가까이 웃돌았다.

박창식 창원상공회의소장은 “미국 금융불안에 따른 세계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서 세계굴지의 자동차 산업 및 건설중장비 산업들의 침체가 지속됐고 환율급등에 따른 내내외적인 악재로 인해 수출이 급감하는 등 복합적인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지난을 겪을 정도로 강세였던 창원공단의 땅값 오름세도 멈췄다. 한때 최고 평당 350만원까지 호가했던 10만여평의 기업보유 유휴지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여파가 몰아닥친 이후 갑자기 매물이 늘고 원매자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장부지 뿐만 아니라 주거용 주택의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2005년 최고 999만원의 분양가에 청약경쟁률 38대1을 기록하며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던 주거용 오피스텔 '시티세븐'의 경우 마이너스 프리미엄 상태가 됐다.

창원에 경기 침체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상황이 비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즉 창원공단 전체가 불황에 빠진 것은 아니며 일부 업체들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 활로를 모색하며 미래를 도모하고 있다.

이 지역 대표기업인 두산중공업은 담수 발전 프로젝트의 잇따른 수주로 3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해 생산에 여념이 없다. 터빈공장을 증축하는가 하면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풍력발전 설비 개발도 진행중이다.

KTX에 납품하는 철도차량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현대로템의 경우 방산제품을 수출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터키와 계약한 전차기술 수출이 시제품 4대를 포함해 모두 4억 달러 규모로 올해 국내 업체의 방산수출 가운데 최대 액수를 차지했다.

창원의 토착기업인 S&T중공업 차축공장의 경우 지난달부터 메르세데스 벤츠에 차축을 납품하느라 연말에도 불구하고 잔업까지 하고 있다. 이 회사는 12월에 세계 군수산업의 중심인 미국에 방산부품 2종류를 수출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마티즈 등 경차를 생산하는 GM대우 창원공장은 1월5일부터 정상조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GM대우 전경환 창원 홍보팀장은 "GM대우 공장 중 가장 늦게 휴업에 들어갔고 마티즈 후속 모델도 개발하는 등 불황에 강한 제품군을 갖고 있다"며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쌍용차 창원공장도 자동차의 심장을 만드는 엔진공장으로 쌍용차의 핵심을 이루고 있어 상하이차가 어떤 식으로든 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쌍용차 노조가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부도낸 뒤 창원 엔진공장 등 알짜자산만 인수하려 한다”고 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기 때문.

응답자의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BSI지수와 달리 실제 수출실적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마산지방해양항만청에 따르면 마산항의 수출물동량은 올 1~11월까지 624만3026톤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625만4345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산항의 경우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 두산중공업의 발전 및 해수담수설비, 두산메카텍의 원유정제설비 등 창원 공단에서 생산된 기계류 수출제품들이 주로 선적된다.

창원시의 11월 수출실적은 15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1% 증가했다. 상당수 공장들의 휴업이 반영되는 12월 수치가 집계되면 다소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우려만큼 급감하고 있지는 않다는 게 창원시의 설명이다.

신종우 창원시 기획예산과장은 “35년 동안 축적된 기술력, IMF위기를 거치며 기업체력이 강화되는 등 기본 저력이 있는데다 국내 다른 공단과 달리 정밀기계, 자동차푸붐, 발전설비, 조선기자재 등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 있어 위기대처 능력에서 앞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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