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외인매수 '결혼' 아닌 '연애'

[오늘의포인트]외인매수 '결혼' 아닌 '연애'

황숙혜 기자
2009.02.03 11:42

연말 환차익과 '생존 우량기업' 선취매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2000억원 이상 사들인 외국인이 3일 장중 '사자'를 지속하고 있다. 매수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팔지 않는 것만으로도 시장 버팀목으로 한 몫을 해주고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들어 코스피시장에서 1조원 가량 순매수했다. 전날까지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9994억원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 12월부터 1월까지 2개월 연속 순매수했다. 12월 순매수 규모는 8780억원. 특히 외국인은 인도와 대만, 태국 등 이머징 아시아에서 연초 이후 '팔자'를 기록하고 있어 국내 증시 매수에 관심이 더 쏠린다.

외국인의 매수와 관련, 투자가들이 꼽는 이유 중 하나가 환율이다. 원화 약세로 인해 외국인 입장에서 달러화 기준으로 볼 때 주가가 저렴한 상황이고, 특히 달러화 대비 통화가 강세인 국가의 수출 기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인 매력도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중 원/달러 환율이 1260원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 상태. 시나리오대로라면 연말쯤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1월 1350원 내외에서 움직였던 원/달러 환율은 1390원까지 추가 상승했다. 3일 장 초반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뚫고 올랐고, 무역수지 등 지표 악화가 원화의 추가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요 국가의 금융보호주의 무역 움직임도 달러화 상승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자국 금융을 보호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치중하고, 우량 기업들도 달러화를 꽉 쥔 채 풀지 않을 경우 달러화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상과 달리 국내외 요인으로 인해 원화 가치가 상승하지 않을 경우 외국인의 움직임은 달라지지 않을까. 업계 전문가는 올들어 외국인 매수를 '바이 코리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이익과 경기지표 등 펀더멘털로는 외국인의 매수를 설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원화 약세와 함께 글로벌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을 종목을 선취매하는 과정이라는 얘기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원화 약세와 이에 따라 한국 수출기업이 수혜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외국인 매수 배경으로 보이며, 후자보다 전자의 영향이 강할 것"이라며 "하지만 외국인 매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시장을 매수하는 탑다운이 아니라 다른 이머징 국가나 기업에 비해 상대적인 매력을 보고 바텀업 방식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화가치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일본의 소니보다 한국의 삼성전자가 매력적이라는 판단이 외국인 '사자'의 배경이라는 것.

글로벌 자금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연애'를 하는 것일 뿐 '결혼'을 염두에 둔 매수가 아니라는 표현도 나온다. 이른바 '쌩얼'(펀더멘털)을 짐작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의 매수가 아니라면 '화장술'(단기 재료)에 잠시 속아주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한미 통화스왑 체결 후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외국인이 환차익을 겨냥하고 들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단시일 안에 원화 상승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든 데 따라 수출 물량과 단가가 동시에 타격을 입고 있어 수출 기업의 원화 약세에 따른 반사이익 역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외국인 매수가 수급 개선 효과를 내고 있지만 과도하게 한국 비중을 줄인데 대한 반작용일 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한진 부사장 역시 "외국인 매수는 앞으로 한계를 보일 것"이라며 "환율 효과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일 장중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425억원 순매수중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 이상 상승, 1160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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