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 "한국에 2조 투자" 진실은?

에릭슨 "한국에 2조 투자" 진실은?

송정렬 기자
2009.07.14 15:32

"투자 확약한 적 없다" FT발 보도에 청와대 '당혹'

↑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웨덴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맨 오른쪽)과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의 회담 장면.   ⓒ에릭슨 홈페이지
↑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웨덴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맨 오른쪽)과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의 회담 장면. ⓒ에릭슨 홈페이지

스웨덴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이 5년간 한국에 15억달러를 투자한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에 대해 "시기상조이며,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14일 보도하면서, 투자계획의 진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즉각 해명자료를 냈다. 해명자료에서 청와대는 "투자규모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의 면담에서 언급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베스트베리 회장이 면담하기 하루전인 지난 11일(현지시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베스트베리 회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같은 내용이 언급됐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베스트베리 회장은 투자규모를 묻는 우리 정부 관계자의 질문에 "시장상황에 따라서"라는 전제를 하면서 "15억달러~20억달러선"이라고 밝혔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파이낸설타임스 보도에 대해 최 위원장과 베스트베리 회장의 면담자리에 동석했던 최재유 방통위 융합정책관은 "내가 베스트베리 회장에게 1000명 규모의 컴피턴스센터(R&D센터) 설립계획이 금액으로 얼마나 되는지를 질문했다"면서 "이에 대해 베스트베리 회장은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시장상황에 따라 15억달러가 될 수 있고, 20억달러가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에릭슨이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투자규모를 적시하지 않았으므로 국내 발표자료에 금액을 언급한 것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영문 보도자료에는 금액을 적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글 보도자료에서 "15억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추측성 표현을 한 것이 기사화되는 과정에서 '확정적'으로 보도되면서 이같은 헤프닝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에릭슨 투자를 놓고 진위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에릭슨코리아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투자계획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와 완벽한 합의를 했다"면서 "정확한 투자일정과 규모는 향후 확정할 계획이고, 인력규모는 1000여명으로 예상한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에릭슨코리아의 뒤늦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는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당한 셈이다.

청와대와 에릭슨코리아의 해명으로 에릭슨 투자의 진위논란은 가라앉았지만, 에릭슨코리아의 비욘 알덴 사장이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구체적 계획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에릭슨의 한국 투자규모가 4세대 통신기술을 비롯한 여러 변수에 따라 결정될 일이며 얼마나 투자할 지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가 생길 지에 달렸다"하고 언급한 대목을 놓고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원천기술을 보유한 에릭슨이 우리 정부로부터 4세대 통신장비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보장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같은 발언을 흘렸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토종 4세대 기술표준인 '와이브로'를 강력히 밀고 있어, 에릭슨 입장에선 저울질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통신업체 한 관계자는 "외국기업의 특성상 한국지사장이 본사와의 교감없이 본사 회장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갖고 발표된 투자계획을 부인하는 발언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고도의 계산이 깔린 발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병기 방통위 상임위원도 "LTE의 거장인 에릭슨이 국내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와이브로의 본산인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라며 "에릭슨이 투자계획을 LTE대세론을 만드는데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에릭슨코리아는 "4세대 컴피턴스센터는 4세대 네트워크관련 컴피턴스, 연구개발서비스, 테스트랩, 그린 애플리케이션센터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라며 "센터에 대한 투자는 협정체결과 함께 바로 시행에 들어가지만 정확한 일정과 투자규모는 진행될 프로젝트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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