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빅뱅에 흠뻑 빠진 '파란 눈' 사장님

요가·빅뱅에 흠뻑 빠진 '파란 눈' 사장님

전병윤 기자
2009.08.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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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LIFE]러스 그레고리 맥쿼리증권 대표

- 빅뱅, 김광석에 '열광'

- 숭례문 화재에 '열불'

- 15년 요가생활 '열정'

↑러스 그레고리 맥쿼리증권 대표.
↑러스 그레고리 맥쿼리증권 대표.

지난주 토요일 오후 압구정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러스 그레고리 맥쿼리증권 주식파생 부문대표(사진)와 인터뷰를 가졌다. 카페 테라스에서 노트북을 펼친 채 기다리던 그를 먼발치서 보고 다소 걱정이 앞섰다.

한국어를 잘 한다고 귀띔을 들은 터였지만, 인터뷰 진행이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내심 우려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걱정은 말끔히 사려졌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은 물론 사고방식까지 마치 한국 사람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러스 대표는 12년 전 우연한 기회에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연세대 한국어학당을 다니면서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었다. 1년 반이 지난 후 호주로 돌아가 변호사로 활동했고, 그 후 맥쿼리에 입사한 뒤 첫 인연을 계기로 5년 전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그가 한국어 실력이 크게 늘은 건 맥쿼리 한국법인에서 근무한 첫 해 우리은행에 2년간 파견 나갔을 때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건 어학당을 다닐 때처럼 외국에서 온 손님 대접을 받는 것과 상황이 전혀 다르죠. 조직에 섞이기 위해 열심히 한국어를 배웠고 그러다보니 한국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걸 느꼈습니다."

한국에서도 보수적인 조직으로 꼽히는 은행에서 근무를 했으니, 그의 말에 공감이 됐다. 이를 테면 한국 조직의 수많은 직급 체계를 보고 계급과 호칭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부장, 부장 등등. "순서를 건너뛰고 대리가 부장을 직접 찾아가 보고 하는 게 야단맞거나 조심스러운 일이라는 걸 그때 눈치 챘죠.(웃음)"

◆15년차 요가 매니아

그는 요가 매니아다. 요가는 15년 전 호주에 있을 때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그가 특히 좋아하는 요가는 흐름을 타는 동작으로 근육의 유연성과 유산소 운동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빈야사(Vinyasa)'다. 요가는 근육의 힘을 많이 쓰는 '아슈탕가(Ashtanga)', 가벼운 몇 가지 동작을 집중적으로 반복, 흔히 치유 요가라고 하는 '힐링(Healing)', 찜질방처럼 더운 곳에서 땀을 내면서 하는 '핫(hot)' 등으로 나뉜다.

"증권사에서 일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또 술도 자주 먹게 되고요. 요가를 하면 쌓인 피로를 푸는 데 좋고 땀을 흠뻑 흘리면 숙취 해소에도 도움을 줍니다. 특히 빈야사 요가는 마음의 안정 뿐 아니라 근육의 힘을 강화시키면서 유연성까지 키울 수 있어 일석삼조죠."

그는 저녁 약속이 없으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요가를 할 만큼 요즘 더 열중한다. "호주에 있을 때 부업으로 대학교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시간강사를 했는데, 누군가 가르치는 걸 좋아하고 잘 합니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꼭 학원을 내거나 요가 강사를 하는 프로가 되고 싶어요."

◆한국에 화나기도 한다

그가 단순히 외국에서 잠시 일하러 온 이방인이 아니라는 걸 느낀 건 숭례문 얘기를 하면서다.

"숭례문이 불타는 걸 보고 슬펐습니다. 그런데 너무 화가 납니다. 그토록 오래된 문화유산을 누군가에 의해 쉽게 불탈 수 있도록 허술하게 관리했던 것도 그렇고, 규정 때문에 초기 진화에 실패한 것은 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습니까?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건가요? 관심에서 멀어져 가면서 또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분노한다고 하지 않던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하는 그를 보면서 한국을 진정 아끼고 있음을 느꼈다.

"호주는 위치상 동떨어져 있어서 다른 문화에 배타적인 편입니다. 오히려 한국이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죠. 그래서 그런지 호주에선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 한국에선 한 달이 멀다하고 큰 이슈가 넘치는 걸 보면 정말 다이내믹한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빅뱅의 팬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러스 대표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 '뚜~뚜~' 대신 인기 아이돌 그룹인 '빅뱅'의 노래 '롤리팝'이 흘러 나왔다. 그는 실제로 빅뱅의 팬이다. 콘서트를 두 번 찾아갔다고 한다. 어학당 시절에 들었던 김광석, O15B, 김건모, R.ef, DJ DOC의 노래는 아직도 즐겨 듣는다.

인터뷰를 한지 1시간 만에 파란 눈을 가진 그와의 거리감을 느낄 수 없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듯이 한국말을 배워야 한국의 문화도 제대로 알고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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