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가 급등하고 금융위기가 해소되면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끝난 듯 보이는 요즘, 비관론자들에게서 수세에 몰린 듯한 불안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 침체에 빠질 위험이 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도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며 위기론에 가세했다.
각종 지표들이 경제의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이처럼 비관론자들이 여유를 부리는 것은 '출구전략'이라는 카드의 위력 때문이다.
우선 위기부터 벗어나고자 무제한으로 풀어놓은 돈을 회수할지 말지, 얼마나 또 어떻게 회수할지가 세계 각국의 고민으로 남아있다. 증시와 부동산으로 유입되면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유동성을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태풍 모라꼿처럼 금융시스템 전반을 파괴할 수도 있다.
반대로 유동성을 회수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버블이 급증하고 물가를 제어할 수 없는 초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 그만큼 세심하고 균형잡힌 출구전략이 필요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루비니 교수는 경기부양 노력과 유동성을 서서히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조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상기시키면서 더블딥의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어느 쪽이 됐든 출구전략이란 카드는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크지만, 그 방법도 시점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사실상 이미 출구전략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 백악관은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종전 전망치보다 262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기관들의 구제용으로 배정했던 예비비 사용이 줄었기 때문인데 은행들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예산 상환도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이 24일 경기침체 이후 처음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한 것과 중국이 은행들의 하반기 신규대출을 줄이기로 한 것도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경기 하강 속도의 둔화를 '경기 회복' 신호로 해석한 것처럼, 유동성 공급속도 조절을 출구전략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독자들의 PICK!
경기 회복이 가시화된 마당에 이제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를 피할 방법은 없다. 게다가 경기 회복 기대감을 충분히 반영하며 반등한 증시가 언제까지나 상승세를 지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혼다 자동차의 주가가 순이익 전망치의 100배까지 치솟은 것은 과열 신호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연임을 발표했다. 미국 경제를 경기 침체의 수렁에서 건져낸 버냉키 의장의 연임 앞에는 출구전략이라는 보따리가 놓여있다.
비관론자들의 여유와 달리 낙관론자들은 증시와 실물경제가 출구전략의 후폭풍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