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업계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기름값 인하를 위한 정부의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차라리 국내영업은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기름값 인하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대표적인 게 주유소 상표표시제(폴사인제) 폐지와 대형마트의 주유소 진출 허용, 정유사별 주유소 공급가 공개 등이다. 특히 주유소 공급가 공개는 영업비밀 침해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와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기도 했다.
효과가 신통치 않자 정부는 최근 유통단계별 가격공개 카드까지 꺼냈다. 대리점이나 직영점 등 주유소에 공급되기 전 유통망에 대해서도 가격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높은 기름값이 정유사들의 유통 마진 때문에 발생한다'는 정부의 판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대목에서 정유업계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올해 상반기SK에너지(149,800원 ▲16,800 +12.63%),GS(82,100원 ▲5,300 +6.9%)칼텍스,에쓰오일(134,300원 ▲15,600 +13.14%)(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의 영업이익은 리터(ℓ)당 13.1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기준으로 ℓ당 20원 수준이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각각 5.1%, 3.6%에 불과하다. 순이익률의 경우 국내 주요 상장사인 포스코(5.9%), 삼성전자(7.3%), 현대자동차(7.3%), 현대중공업(8.2%), KT(9.4%)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 막대한 설비 투자를 해야 하는 정유업계의 입장에선 이 같이 낮은 수익률로는 미래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최근까지 내놓은 정부의 정책들이 시장에선 왜 실효가 없었는지 곱씹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름값 인하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뭘까. 업계 안팎에선 '세금'을 건드려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실제 9월 셋째주를 기준으로 보통휘발유 가격(ℓ당 1684.1원)에서 유류세 등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3%다. 유통비용과 마진은 7%에 불과하고, 나머지 40%는 정유사의 세전가격이다. 뭘 내려야 할지 답이 나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