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흐름 타고 '실적 만들기' 열 올려
이 기사는 09월30일(09:15)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에너지 공기업이 이번 정부에서처럼 활발해 보인 적이 없다. 정권 초기, 사장들이 대부분 사표를 내고 교체되거나 재신임 받은 후 움직임은 일사분란하다.
현안은 정부가 내건 '저탄소 녹색성장'에 집중돼 있다.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거나 남아있는 해외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슬로건에 맞는 건 전자이지만 아무래도 더디다. 그래서인지 최근 움직임은 해외 자원 확보에 더 쏠린다.
자원 고갈에 앞서 강대국들이 물량 확보에 나섰다니 우리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위기다.
광물공사는 지난해 법을 개정해 아예 설립목적을 바꿨다. 민간 기업을 지원하는 광업진흥 기관을 벗어나 능동적인 자원개발사가 되겠다고 나섰다.
이 공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규모 누적적자에 시달리며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그런 곳이 세계 20대 광업메이저가 되겠다니 좀 의심스럽다.
살펴보면 1년 새 자본금이 6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었고, 사채발행 권한도 차지했다.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변화다.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난 9월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우라늄 광산을, 8월에는 볼리비아에서 리튬 광산을 확보했다고 한다.
요긴한 광물을 선점한 공이 커 보이지만 실속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확보한 물건은 대부분 매립 자원이 기대되는 프로젝트에 불과하다. 당장 광물을 채굴할 수준이 아니란 얘기다.
정작 수급에 도움이 되는 물건에선 미끄러지기 일쑤다. 2월 호주 로즈베리 광산, 5월 호주 팬오스트, 7월 캐나다 볼룸레이크 광산을 중국에 밀려 놓쳤다. 볼룸레이크를 사들였다면 철강 자급률을 10% 가량 올릴 수 있었다.
실패할 때마다 중국의 자금력 때문이라는 푸념이 나오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최근엔 국내 민간 기업이 찾아온 캐나다 인멧을 함께 노렸지만 법률 검토를 제대로 못해 어이없이 실패했다.
구리 광산 소유국 규정에 타국 정부 관계사가 관여하지 못하는 조항이 있는 걸 몰랐던 탓이다. 차라리 민간 기업을 인수자로 내세우고 제반 과정을 돕는 역할이었다면 가능했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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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의 관성은 이미 도우미 역할을 넘어섰다. 인멧 사례에서도 실적주의가 드러난다. 협상 중에 인수건 정보를 흘리고 뜻대로 되지 않자 주워 담기 바빴다.
언론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캐나다에서 '행사'를 준비했던 김신종 사장은 조용히 귀국했다. 계획도 실패가 아닌 잠정중단으로 발표됐다. 자금력이 아니라 전략이 없는 게 세계 15대 구리개발사를 놓친 요인이다.
에너지 공기업 중 가장 덩치가 큰 석유공사라 해서 다를 건 없다.
스위스 아닥스를 놓친 이후 절치부심하지만 성과가 없다. 사장도 모자라 지경부 차관까지 나서 "석유기업 5곳과 협상 중이고 연내 1~2개를 인수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립 서비스 수준이다.
여기서 되짚어볼 사실은 석유공사가 강조하는 '원유 자주율'이다. 자주율 혹은 자급률이라는 용어는 마치 우리가 석유를 확보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과 다르다.
현재 석유공사가 확보한 해외 유전을 통해 우리가 직접 공급 받는 원유는 한 방울도 없다. 다만 해당 광구의 원유 판매 수익을 생산물 분배조건에 따른 지분비율로 배당받을 뿐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원유는 돈 주고 사오는 두바이유다.
자주율이라는 뜻에 걸맞게 원유를 확보하려면 수급 계약을 따로 맺어야 한다. 중국은 최근 광구를 확보하면서 동시에 해당 생산물을 일정한 가격에 10년 이상 공급받는 걸 조건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원유를 수급하지 못하는 해외 자원개발은 단지 투자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
석유기업 가운데 95위 수준인 석유공사가 자주율을 높이기 위해 덩치를 키운다는 건 어찌 보면 호도에 가깝다. 공사는 50위권 도약을 위해 2012년까지 정부에서 4조1000억원을, 민간에서 15조원을 조달키로 했다.
자원개발이 대세가 되면서 당초 논의되던 공사 간 통합은 어느새 사라졌다. 저마다 독자생존을 위해 실속 없는 자랑거리만 만들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들여다보면 그게 다 국민들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이대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