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후독방문' 해외펀드 과세대책

[기자수첩]'사후독방문' 해외펀드 과세대책

임상연 기자
2009.10.27 07:30

"해외펀드 과세대책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도 아닌 사후독방문(死後毒方文)입니다. 오히려 화(禍)를 키우고 있어요." 얼마 전 만난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정부가 내놓은 해외펀드 과세대책이 "대책은커녕 환매만 부추기고 있다"며 이렇게 비난했다.

정부는 금융위기로 손실을 보고도 막대한 세금을 내야하는 해외펀드의 불합리한 과세구조가 문제가 되자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해외펀드 과세대책을 내놓았다.

해외펀드의 평가차익에 대해 매년 결산이 아닌 환매 때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한 것(7월)과 해외펀드 비과세 기간동안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 한해 내년까지 손실분만큼 비과세를 연장해준 것(9월)이 바로 그것.

하지만 두 대책에 대한 업계 반응은 비난 일색이다. 과세대책을 뜯어보면 그럴 만도 하다.

정부는 해외펀드의 평가차익을 유보해 환매 때 세금을 내도록 하면 불합리한 과세구조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상은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불과하다. 국내든 해외든 주식펀드는 단순히 주식을 보유하기보다는 매매를 통해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주식펀드의 평균 회전율은 연 130% 내외로 1년 이상 주식을 들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매년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 과세할 경우 환매 때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이미 세금을 낸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

손실분에 한해 해외펀드 비과세를 내년까지 유예한 것도 마찬가지다. "기회를 줄 테니 원금 회복되면 빨리 나가라"식인 이 대책은 전형적인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대책 때문에 최근 해외펀드의 환매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선진 사례를 살펴보면 해외펀드의 과세문제 해결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펀드의 매매차익, 평가차익 구분 없이 환매 때 실제 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걷으면 된다. 이 방식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과도 부합한다.

업계에서도 선진국처럼 세법을 고쳐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세수감소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또한 단견이다. 당장 세수확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위축될 경우 세수가 줄어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긴 안목의 대책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변화와 혁신으로 스타트업과 함께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