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해보는 일이라. 교육자료를 좀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A은행 지점 창구직원)

'펀드 판매사 이동제' 시행 첫날. 고객이 판매사 이동 방법을 묻자 은행 지점 창구직원이 한 말이다.
휴대전화 통신 사업자를 바꾸듯, 펀드 판매사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됐지만 실제 이동 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제도 시행 첫날이라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준비 안된 은행 탓에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도 부지기수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금융기관은 은행이다. 수많은 거점을 활용해 펀드 가입자의 절반이상을 확보하고 있지만, 고객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 오지 못한 탓이다.
반면, 증권사는 판매사 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일찌감치 고객확보에 매진해 왔다. 상품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자산관리 부서를 강화하는 등의 행동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증권을 비롯한 대형 증권사들은 기존에 판매하지 않았던 상품들을 추가로 편입해 판매하고 있다. 판매사 이동을 희망하는 고객이 찾아왔을 때 불편 없이 이동케 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존 자산관리 부서를 세분화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판매사 이동제에 있어 은행과 증권의 모습은 '창'과 '방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권은 (고객을) 뺏으려 하고 은행은 (고객을) 지키려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증권업계는 창을 갈고 있지만, 이를 막을 '방패'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본 후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은행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며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증권보다는 은행이 적극적이어야 하는 게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판매사 이동제 첫날 증권사 영업점이 한산하다고 해서 은행이 "그럼 그렇지"라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실제로 펀드를 갈아타본 고객들의 입소문은 펀드 판매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