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난 집에서는 비교적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옆집은 불이 번질까봐 중요한 짐을 들고 다른 곳으로 대피하려고 하는 등 호들갑이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지만, 지난 주말 국내 증시의 모습이 이랬다. 당장 미국이 금리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한다는 것도 아니고, 재할인율을 인상했을 뿐인데도 우리 증시는 확인되지 않은 각종 루머와 억측이 돌면서 1.7% 하락, 1600선을 또다시 내주는 패닉을 보였다. 그런데 정작 그날 밤 미국 증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스닥은 5일째, 다우는 3일째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미국 증시는 경기선행지수가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나가는 등 긍정적인 경기지표로 반등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다. 연준의 재할인율 인상 조치를 오히려 경기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하는 듯 해 보인다.
그에 비하면 국내 증시는 중국, 인도, 미국 등 해외국가들의 지준율 및 재할인율인상 등 잇따른 유동성 회수 조치를 보면서 불안감만 더 커지는 격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마치 눈치게임처럼 번호가 하나 둘씩 불려지고 있는데 아직 번호를 부르지 않는 사람의 불안감이 점점 더 커지는 것처럼 국내 증시는 오히려 통화정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보다는 오히려 통화정책에서 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은 너무 빨리 유동성을 흡수할 경우에는 경기회복 조짐(green shoot)을 잘라 버리게 되고, 유동성 회수가 너무 늦을 경우 자산버블이나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만큼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지금 국내 증시는 그 ‘타이밍’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주변 국가들이 하나 둘 씩 유동성 회수 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우리 차례가 언제일까'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는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매수하러 들어가도 되나?"
지난 주말 장중 돌았던 두바이홀딩스 디폴트 선언이나 북한 관련 루머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과매도 인식이 나올 수 있는 시점이다. 미국 증시가 반등을 이어나감에 따라 '이제 매수하러 들어가도 되나?' 저울질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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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매크로 모멘텀의 둔화와 시장의 기초체력이 약화된 상태에서는 악재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급상으로나 매크로 모멘텀상으로나 주식시장의 체력이 약화된 상태에서는 적극적으로 매수하기보다는 절대적인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부각될 때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조언했다.
이승우 연구위원도 "상승은 녹록하지 않은 반면 하락은 좀 더 쉽게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제한적인 밴드 움직임을 가정한 대응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밸류에이션 매력은 이전보다 커지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MSCI 인덱스기준으로 한국의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배율)이 9.1배까지 하락했다"며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위치하고 있고 리먼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쇼크와 같은 충격이 아니라면 8배 미만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방경직성에 대한 기대는 충분히 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당장 시장에 큰 기대를 갖기엔 시장 에너지 보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방어적인 개념과 양호한 EPS(주당순이익) 증가 모멘텀을 동시에 충족하고 있는 통신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나대투증권은 조언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미국 중심의 경기회복세 지속과 글로벌 저금리 기조의 연장, 그리고 원화약세 흐름의 지속이 국내 증시의 반등세를 견인하는 모멘텀으로 작용하리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주말과 같은 단기 충격은 우량주에 대한 비중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는 대응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펀더멘탈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높여가고 있고 최근의 원화약세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대형 수출주들에 대한 분할매수 대응은 여전히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