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바람아 멈추어다오'가 금지곡?

[기자수첩]'바람아 멈추어다오'가 금지곡?

김태은 기자
2010.03.23 16:07

최근 모 대기업의 신재생에너지 사업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은 노래방 애창곡을 '바람, 바람, 바람'으로 바꿨다. 금지곡도 생겼다. 그 곡은 바로 '바람아, 멈추어다오'. 본인은 물론 같이 노래방에 간 사람들에게도 절대 부르지 못하게 하는 곡이라고 한다.

신재생에너지, 그 중에서도 풍력발전사업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이 바람에 울고 웃게 되면서 생긴 단상이다.

풍력발전은 바람의 힘을 회전력으로 전환시켜 발생되는 유도전기를 전력으로 만든다. 블레이드라고 불리는 날개 모양의 장치가 회전하면 운동에너지를 동력전달장치를 거쳐 발전기로 전달해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최근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풍력발전기에 들어가는 발전기, 기어박스, 메인샤프트, 타워, 블레이드, 케이블 등 핵심 부품들을 자체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해외 선진국 회사들과도 점차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정작 바람이 불지 않으면 풍력발전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풍력발전회사들이 애타게 '바람, 바람, 바람'을 외치는 이유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을 보내고 있는 곳도 있다. 예로부터 여자, 돌과 함께 바람이 많아 삼다도로 불리는 제주도다.

제주도는 현재 6개소 44기(79㎿)의 풍력발전단지가 가동되고 있고 추가로 7개 33기가 건설될 예정일 정도로 풍력발전의 메카로 떠올랐다. 제주도는 향후 2020년까지 전체 전력수요량의 20%를 풍력발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풍력발전사업에 진출하는 회사들도 앞 다투어 제주도로 향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바람이 곧 돈인 됐다.

그러자 제주지역의 골프장 풍경이 달라졌다고 한다. 바람 때문에 공이 제대로 날아가지 않는다는 불평은 사라지고, 공이 잘 맞지 않더라도 바람이 더 세게 불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

노래방에서도 골프장에서도 이처럼 '바람'만을 생각하는 회사가 늘어날 수록 세계 풍력발전시장에 한국 기업의 '바람'이 불 날도 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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