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반응 다소 변화… 영국에 파장확산시 사태 악화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봤던 그리스와 포르투갈 재정 문제가 다시 전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이틀간 3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고 하루 쉬었던 우리 증시는 6일 이를 한꺼번에 반영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사흘 연속 순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는 단숨에 1700선을 내줬다.
지난달 28일 그리스와 포르투갈 신용등급 강등 때까지만 해도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며 오히려 저가 매수 타이밍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의 이날 코멘트에서는 다른 느낌이 전달돼 온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재부각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리스크가 금융시스템의 붕괴와 펀더멘털의 훼손까지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문제"라면서도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기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로 단기 악재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스피지수가 1680선 정도까지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고, 이날 조정이 단 번에 이뤄진 만큼 추가적인 조정이 나타날지 반등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문제는 해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로존이 지원해서 봉합하지 않을 경우 공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그리스 재정위기는 지금의 유로체제를 깰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독일과 프랑스가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해결까지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고 이 과정에서 증시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단기적으로 영국의 총선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적지 않다. 한국 투자자들이 영국의 정치 일정까지 챙겨야 하는 이유는 유럽 금융의 중심지 영국으로까지 재정리스크 문제가 확산될지 여부와 총선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영국의 재정 상태만 놓고 보면 AAA라는 신용등급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미 신용평가사들은 영국이 강력한 재정긴축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내리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S&P는 "강한 재정 정책이 없다면 부채 부담으로 인해 AAA 신용등급이 적절치 않게 될 수 있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총선은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다수당이 없는 의회가 탄생할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긴축 법안의 통과 불확실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영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갈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신용평가사들이 영국의 신용등급을 건드리게 된다면 그 파장은 PIGS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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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고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영국이 거론된다는 점 만으로도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만약 영국의 신용등급이 실제 하향 조정된다면 영국으로 투자된 해외 자본들이 이탈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AAA 등급의 하향은 '대마불사'에 대한 믿음을 흔들 수 있고 캘리포니아 등 같은 등급인 미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PIGS 국가들의 문제는 해결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문제로 한정된다면 지금의 주가 급락은 매수 타이밍이라는 기존 의견에서 변화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영국까지 건드리게 된다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재정문제가 새롭게 불거진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 이슈가 된다면 전세계적으로 장기 투자하고 있는 영국 자금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