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펀드매니저의 도전 "해외펀드로 승부수"

1세대 펀드매니저의 도전 "해외펀드로 승부수"

정준화 기자, 박영의
2010.06.23 08:56

[운용사 하반기 전략]④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

더벨|이 기사는 06월21일(09:30)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1990년대 후반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현대투자신탁의 '바이코리아 펀드'. 그는 바이코리아 펀드의 간판 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그가 운용한 펀드의 경우 공모를 시작하면 현대투신운용 직원들이 먼저 창구로 달려갔다는 얘기가 업계에 전설처럼 남아 있다.

'1세대 펀드매니저',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의 커리어는 이렇게 시작됐다. 현대투신운용에서 펀드 매니저로 활동한 단 2년 동안 얻은 성과였다.

처음으로 투자업무를 시작한 건 동원증권에서였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등 쟁쟁한 멤버들이 함께하던 시기였다. 당시 증권사의 고유계정을 주식이나 채권으로 운용하는 딜러로 지내며 투자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KTB자산운용을 공동 창업하기 이전에는 광주일고 동창인 박 회장이 미래에셋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투자 성향이 다른 그와는 친구로 남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당시의 결정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게 99년부터 KTB자산운용 CEO로 일하며 투자 감각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설립 10년을 넘긴 KTB자산운용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플러스 수익률을 자랑하는 독보적인 자산운용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목표는 해외 진출 본격화다. 남들이 해외 투자를 비중을 줄이는 시점에 나온 이례적인 발상이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아웅다웅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가격 조정이 이뤄진 지금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이를 위해 KTB자산운용은 최근 삼성증권과 손잡고 글로벌공모주펀드를 선보였다. 홍콩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이머징 시장 공모주(IPO)와 유상증자에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해 2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세계 최대 IPO 시장으로 부각된 홍콩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선제적 진출인 셈이다.

연내에는 중국 본토 진출을 위한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취득도 앞두고 있다. 신청 규모도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 중 가장 큰 2억달러에 이른다.

자산운용사의 해외 진출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 하락과 환매 사태로 해외 펀드가 운용사들의 최대 골칫덩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KTB의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다.

그러나 타이밍의 문제일 뿐 해외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장 대표는 "해외 펀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건 가격이 고점일 때 들어갔기 때문"이라며 "증시가 크게 조정된데다 위안화 절상 메리트도 있는 지금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투자의 적기"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모회사인 KTB증권과 공동으로 구축한 홍콩 현지법인과 상해 사무소, 태국 증권사 등의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운용사가 직접 해외 법인을 갖고 있는 건 드문 일"이라며 "KTB증권이 장기간 쌓아온 중국 투자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빠르고 독립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한 KTB만의 기업 문화가 이러한 공격적인 행보를 가능케 했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운용회사의 CEO는 투자를 잘 아는 펀드매니저가 맡아야 한다"며 "대다수 자산운용사의 경우 파트너십을 갖는 게 아니라 펀드 매니저를 관리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KTB자산운용의 지배구조도 한 몫했다. 운용사는 펀드 매니저와 끈끈한파트너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장 대표의 믿음. 실제로 KTB자산운용은 지분은KTB증권이 85%, 임직원이 15%씩 보유하고 있다. 장 대표는 설립 초기 보유하고 있던 지분 중 절반가량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펀드 매니저들을 파트너로 대하기 위한방안을 고민하던 중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투자 과정에서 이뤄지는 중요한 의사 결정을 투자자에게 되묻는 관행도 잘못된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장 대표는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 헤지 여부를 투자자에게 묻는다"며 "펀드 매니저들이 이러한 의사 결정을 내리지 않으려면 고액의 보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펀드 마케팅에 광고는 필요 없다는 장 대표의 철학 역시 KTB자산운용을 11년간 이끌며 얻은 결론이다.

투자자들은 운용회사의 CEO가 뚜렷한 운용 철학을 갖고 있고 회사의 실적이 좋다면 광고 없이도 그 펀드를 찾는다는 것. 은행 계열사를 이용한 판매 루트가 없는 상황에서도 매년 1조씩 수탁고를 늘려 운용규모를 11조까지 늘린 KTB자산운용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최장수 펀드매니저가 내놓은 올해 시장 전망은 "개인이나 기관투자자 모두 부동산 비중을 낮추고 그 부분을 금융자산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금리를 못 따라갈 것이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통한 투자는 과도한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설명이다. 대신 여전히 디스카운트 돼 있는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 대표는 "그동안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쟁력 회복은 제조업 분야에서 이뤄졌다"며 "특히 주식은 성장의 절대 규모보다 성장의 각도를 좋아하기 때문에 상승 곡선에 들어간 기업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매수 강도의 문제일 뿐 외국인들의 한국 진출은 계속될 것"이라며 "국내 주식이 기업의 펀더멘털에 비해 기본적으로 싼데다 원화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KTB자산운용은 매년 수익의 5%를 기부한다. 여타 산업에 비해 부의 축적이 빠른 금융업에서는 기부 문화가 의무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는 게 장 대표의 생각. 바쁜 일정 가운데 이뤄지는 주당 2~3회의 투자자 대상 강의도 이러한 사회적 의무 가운데 하나라는 게 그의 믿음이다.

장 대표는 "에셋매니지먼트는 운용하는 사람들의 철학이나 정신이 그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며 "고객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 직원의 이익이 수평적으로 이어지는 운용사를 만들어 나가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력

-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77.2)

- 서울대 졸업(일반사회 전공/경제학 부전공) ('81.2)

-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졸업(석사) ('94.8)

◆경력

- 삼성생명 근무(영업기획) ('85.3~'87.7)

- 동원증권 근무(상품운용실,국제?법인영업팀장) ('87.7~'97.7)

- 현대투자신탁운용 운용 팀장 ('97.7~'99.7)

- KTB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99.8~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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