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잘 되면 배가 아프다고 했다.
최근 증권업계의 '자문형 랩'을 바로 보는 자산운용업계가 꼭 그렇다. 자문형 랩은 증권사가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고객 자산을 관리, 운용해주는 랩어카운트(Wrap account) 상품 중 하나다.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펀드에서는 환매가 끊이지 않고 있는 반면 자문형 랩이 펀드의 빈자리를 채워가면서 자산운용업계가 안절부절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언론이나 연구소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자문형 랩은 위험하다, 비싸다, 허술하다" 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집합주문'등 해묵은 논쟁거리까지 다시 끄집어내 이슈화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집합주문은 사실상의 펀드 운용과 같다며 이를 금지해야한다는 것이 자산운용업계의 주장이다.
집합주문은 고객 개개인의 매매주문을 한데 모아 처리하는 주문방식으로 랩어카운트의 핵심 운용방법이다. 따라서 이를 못하게 막는 것은 아예 랩어카운트를 하지 말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미 지난 2007년 랩어카운트의 집합주문이 효율적인 고객 자산관리를 위한 주문방식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인 주문 및 체결수단으로서 랩어카운트의 집합주문을 허용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가 자문형 랩 견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래서 펀드는 좀 났냐?"는 따가운 반응 일색이다.
금융위기로 막대한 손실을 경험한 펀드 투자자들에게는 펀드나 자문형 랩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투자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위험하고, 비싸고, 허술한' 자문형 랩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산운용업계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펀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아전인수 발상으론 펀드시장이 직면한 현재의 위기를 넘기 어렵다.
최근 잘 나가던 펀드매니저를 그만두고 투자자문사 설립에 뛰어든 A씨는 펀드시장의 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벤치마크만 앞서면 된다는 자산운용사의 무사 안일주의가 펀드시장을 죽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