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없는 기업 회생계획의 말로

진정성 없는 기업 회생계획의 말로

오동혁 기자
2010.08.18 10:27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8월17일(09:36)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꺼내드는 마지막 카드가 있다. 바로 '기업 매각'과 '경영진 교체'다.

기존 경영진이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새로운 세력이 유상증자·구조조정 등의 회생방안을 갖고 이 자리에 들어온다. 상장폐지를 막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적어도 시장 퇴출까지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는 있다.

연속 적자 늪에 빠진 코스닥 기업퓨쳐인포넷도 이 방법을 택했다.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가 문제가 되자, 회사의 대주주이자 대표인 임병동 씨는 기업매각을 결심했다. 지난 5월 유한회사 티아이지이십일에 보유지분 및 경영권을 63억원에 넘겼다.

얼마 후 실시된 주주총회에서는 경영진이 물갈이 됐다. 류원기 씨가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새롭게 구성된 경영진은 재무 개선안을 마련하고 거래소를 찾아 상장폐지에 이르지 않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퓨쳐인포넷 관계자들은 회사의 재무구조가 많이 악화된 상태지만 신규 자금유치 및 계열사 매각 등의 과정을 성실히 이행할 경우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11일에는 대주주 티아이지이십일이 2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기업 회생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단 하루만에 무너졌다. 지난 12일 거래소가 퓨쳐인포넷에 코스닥 시장 퇴출을 통보한 것. 대주주와 경영진을 교체하며 기업회생의 불씨를 살렸던 퓨쳐인포넷의 노력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거래소는 왜 퓨쳐인포넷을 외면했던 것일까. 회사의 악화된 재무구조 및 영업능력으로만 이를 설명하기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신규 선임된 류 대표에게 문제가 있었다. 그는 퓨쳐인포넷의 채무자였다. 개인이 진 빚이 6억원 이상이었고, 자신이 대표로 등재돼 있는 퓨쳐인포넷의 자회사 교육지존을 통해 빌린 돈도 25억원을 넘었다. 퓨쳐인포넷이 재무적인 압박을 받게된 데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대표이사가 된 셈이다.

류 대표가 퓨쳐인포넷의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그가 진 채무에 대한 상환압박은 당연히 줄어들었다. 류 대표는 이를 적절히 이용했다. 자신의 빚은 갚을 생각하지 않고 외부자금수혈을 통해 상장폐지를 막는 방법을 궁리했다. 어떻게든 자신의 피해는 최소화하겠다는 심산이었다.

대주주의 기업회생 의지 또한 의심받을만 했다. 티아이지이십일의 실질적인 대주주는 송현웅 씨다. 송 씨는 퓨쳐인포넷 경영권 장악을 통해 일본 내 한류 전문방송채널 KNTV 경영권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퓨쳐인포넷은 현재 KNTV의 지분 28.1%를 보유한 대주주다.

KNTV를 얻기 위해 퓨쳐인포넷 지분을 인수한 만큼, 기업회생이나 장기적 비전 등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원하는 것을 확보한 이후에는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었다.

결국 허울뿐인 '경영 정상화'였다. 각자 자신들의 실리에 따라 움직였고, 기업회생 보다는 우선 기업의 목숨을 연장해 놓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를 눈치채지 못할 거래소가 아니었다. 부도덕한 경영진과 진정성 없는 대주주가 마련한 기업회생 계획은 결국 퓨쳐인포넷을 상장폐지 기업으로 전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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