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2년]증시 '트라우마'딛고 박스 탈출 시동

[리먼 2년]증시 '트라우마'딛고 박스 탈출 시동

김진형 기자
2010.09.13 14:29

기업수익 vs 경제 불확실에 2년 박스권.."이머징과 녹색산업의 부상"

2008년 추석 연휴로 휴가를 즐기고 있던 한국 시장에 미국의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라며 패닉에 빠져 들었다. 사상 최저 수준까지 금리를 낮추고 '헬기로 돈을 뿌리는' 막대한 유동성 공급 등 전 세계 각국 정부는 두 손을 맞잡고 위기 극복에 매진해 왔다.

주식시장은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됐다. 리먼 사태가 코스피시장을 강타했던 2008년 9월16일 직전 거래일의 코스피지수는1443.24였다. 지난 10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1802.58로 리먼 사태 직전에 비해 24.9%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오히려 코스피지수의 고점이었던 2007년 11월1일(2085.45)의 90% 수준까지 근접했다. 코스피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코스닥지수도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위기를 몰고 왔던 금융업, 건설업 등이 아직까지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화학, 운수장비, 전기전자, 철강금속 등은 코스피지수의 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거시와 미시의 충돌, 박스권을 만들다= 숫자로 본 증시는 위기 이전으로 돌아갔지만 그 충격의 흔적은 시장 곳곳에 남아 있다. 우선 시가총액 대형 종목들이 잇따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아직까지 전 고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회복하는 등 연고점을 갈아 치우고 있지만 길게 보면 한국 시장은 여전히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은 이를 '탑다운(거시)과 바텀업(미시)의 괴리'로 해석했다. 바텀업 측면에서 보면 기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기업의 펀더멘탈은 크게 개선되면서 증시의 V자 반등을 이끌었지만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면서 상승의 제한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바텀 라인에서는 실적이 좋지만 탑 라인에서는 계속 불안하기 때문에 실적에 대한 멀티플(주가수익배율)을 확장시켜 줄 수 없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위기에 따른 '과도한 리스크 프리미엄의 반영'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 시장 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장이 저 PER(주가수익배율) 현상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일종의 '위기 트라우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오를수록 펀드 환매가 강해지는 현상이나 주식에 과도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줘 낮은 PER이 지속되는 것 모두 2008년 경험한 사상 유례 없는 변동성이 만들어낸 시장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新성장동력을 찾아라.."그린과 이머징 부상"= 이번 위기는 선진국에서 시작됐다. 또 전통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금융이나 건설 등은 이번 위기의 주범이었다.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지만 선진국은 아직도 불안하고 금융이나 건설은 여전히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출현이 불가피하다.

위기는 결국 이머징, 특히 중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아와 그린산업이라는 새로운 엔진을 부상시켰다. 아시아의 힘이 위기 이후 증명된 것은 자체의 건전한 펀더멘탈과 함께 부진한 선진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선진국의 위축된 내수를 대신해 급성장하는 중국의 내수 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대기업의 경쟁력도 확인됐다. 김학균 팀장은 "위기 때는 든든한 호주머니가 가장 큰 힘이 된다"며 "위기 직후 남들은 디레버리징을 했는데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미 10년전 이를 거쳤고 막대한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또 각국 정부의 전통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는 그린산업의 부상으로 나타났다. 김세중 이사는 "위기 직후는 생존이 가장 큰 관심사이기 때문에 대형 우량주들이 선전했지만 지금은 거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서 새로운 성장과 관련된 기업들을 찾게 됐다"며 "정부도 의도적으로 그런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 주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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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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