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면서 가야 오래 간다"
미국 증시가 각종 지표 호전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14일 국내 증시는 '쉬어가기'를 택했다. 아무리 증시 분위기가 좋다고 해도 연속 나흘 상승은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단, 낙폭은 약보합 수준으로 제한적이어서 여전히 상승을 향한 기대심리가 높다는 것을 예측케 했다.
수급으로 볼 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적극적이었다. 외국인은 통상적인 것처럼 미국 증시의 반등에 연동돼 이날 코스피에 389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10일에도 5748억원을, 전날에도 687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연일 한국시장에 상당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사흘간 외국인이 순매수한 규모는 1조6000억원이 넘는다.
외국인의 움직임만 봤을 때는 이날 시장은 급등했어야 마땅하지만, 제동을 건 주체가 있었다. 바로 투신권이었다.
이날 투신은 346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증시 급등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주식형 펀드 환매 물량으로 추정되며, 나머지는 프로그램으로 분석된다.
이날 프로그램은 608억원 매도우위를 나타냈는데, 베이시스가 +1.82로 강한 콘탱고(선물이 현물보다 고평가되는 것)로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에 비해서는 다소나마 약화됐다는 점과 기관의 비차익 매물이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 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전날 콘탱고가 장중 +1.9가 넘는 강한 콘탱고를 보였기 때문에 이날 콘탱고 강도가 살짝 약화되면서 차익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늘 잡힌 투신권 매물은 펀드 환매로 추정되는 비차익거래 물량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증시 상승에 제동을 건 주체는 투신권, 즉 엄밀히 말해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형 펀드 환매 물량이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펀드 환매 물량이 앞으로 일정 정도 나오더라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거나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주식 투자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지금 시장의 주도권을 외국인 쥐고 있는 상태고, 외국인의 매수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돼 개인의 주식형 펀드 환매 영향은 지수가 올라가는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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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비록 주식형 펀드자금은 빠지더라도, 자문형 랩 등 랩어카운트 등 다른 주식형 상품으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 이사는 "우리사회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중산층 이하 개인 투자자들은 디레버리징 차원에서 대출받아 투자한 부동산이나 펀드로 갈아탄 예금 등을 이전 상태로 환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산층 이하 개인 투자자들은 펀드에서 돈을 빼서 예금으로 다시 예치하거나 부동산 대출을 갚는데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중산층 이상의 고소득층이나 거액 자산가들은 부동산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문형랩 등 랩어카운트 상품 등을 통해 이전보다 더 열심히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투자의 양극화'로 인해 환매 영향은 중산층 이하로 제한적일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어찌됐든 지금처럼 시장이 급등한 뒤 쉬어갔다가 오르는 모습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과 같은 시장의 움직임은 곧바로 급등하는 것보다 양호한 모습"이라며 "펀드 환매 규모도 일평균 1000억원대 내외일 경우엔 시장 흐름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펀드 환매 매물이 일평균 500억~7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만큼 1900선 부근까지는 그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강 팀장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