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아닌 '정상화' 분석… "여전히 PER은 세계 최하위 수준"
9월의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주식시장은 또 연중 최고로 마무리했다. 코스피지수가 1872까지 올라 1900까지 불과 28포인트 밖에 남겨두지 않았다.
외국인이 코스피에 427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거의 4조원을 순매수했다. 이것이 사실상 증시를 1800대로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1742.75로 마감해 한 달간 무려 130p 올랐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많이 급락한 상태에서 130포인트 오르기는 쉬울지 몰라도, 지금처럼 박스권 상단을 뚫은 뒤에 단기간에 고점을 높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올 상반기만 해도 1720선을 뚫지 못해 안간힘을 썼고, 지난 8월만 해도 1750선 이상 오르는 데 상당히 힘이 부치는 장이었다. 펀드 환매 열풍 등으로 1800선 고지는 한없이 높아만 보였다.
하지만 밀물처럼 들어오는 글로벌 유동성의 힘이 한 달 만에 주가를 1740선에서 1870선으로 단숨에 끌어올려버린 것이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의 강세와도 맥을 같이 한다.
토러스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최근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3년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신흥국 시장이 세계 속에서 상당히 주목받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통화가치의 강세는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인해 수출기업들의 이익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4/4분기 국내 기업 이익이 수출기업들을 중심으로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를 상쇄시키는 새로운 논리가 바로 '리레이팅'이다. 한국 증시가 기업이익이 둔화되더라도 밸류에이션(PER)이 여전히 9배를 밑돌면서 글로벌 국가 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내년에 큰 폭 이익 둔화만 아니라면 약간 둔화된 정도는 이익의 수준(레벨)로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낙관하고 있다. 모멘텀이라는 성장의 논리가 아니라 이익의 안정성, 절대적인 이익수준(레벨), 밸류이에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밸류에이션상 다른 국가들의 평균 수준만큼만 대접을 받는다고 쳐도 주가가 오르는 것을 '과열'이 아닌 '정상화' 차원으로 받아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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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논리는 한동안 주식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시장은 절대적인 수치 그 자체보다는 누가 이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원래 객관적인 수치보다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여지느냐'가 관건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2004년 당시 기업이익이 2배나 늘었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믿지 못해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듬해 1/4분기 실적이 직전 해의 분기평균 실적에 근접하는 수준을 보이자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밸류에이션 정상화 시기는 내년 1/4분기 전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4분기 실적은 금액기준 약 23.2조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올해 분기 평균(24.3조원)보다는 5% 정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액 자체가 줄더라도 직전 해의 분기 수준에 근접하는 경우 밸류에이션의 정상화 단계가 시작되는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내년엔 이익모멘텀이 지금보다 약화될 수 있지만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배율(PER)이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리레이팅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의 내년 예상 PER이 8.9배인데 해외 주요 증시중 이보다 더 밸류에이션이 낮은 국가는 러시아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