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10월22일(09:28)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벤처캐피탈 업계의 한 대형 투자자(LP)를 만났다. 벤처투자 경험만 10년이 넘었다는 이 관계자는 최근 펀드 출자를 기획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대규모 해외펀드를 조성하고 싶은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한다.
대형 LP는 벤처캐피탈업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갑'의 존재다. 성장성과 수익성을 두루 갖춘 투자풀(Pool)을 물색해 출자를 결정하면, 운용을 맡겨달라는 GP들이 부지기수다. 잘 할 수 있는 GP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해외펀드 조성과 관련한 그의 고민은 '시장'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정부와 내부 감사인의 간섭이 가장 큰 애로라고 했다.
"국내에서 조성된 펀드를 국내 벤처기업 육성에 투자하지 왜 해외에 집행해서 남 좋은 일만 시키느냐"는 게 정부나 내부 감사인의 논리라고 한다. 아무래도 이들의 눈치를 볼 수 없는 처지라서 당분간 국내 펀드에만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그는 고충을 토로했다.
해외투자의 필요성은 올해 시장에 수조원의 자금이 풀리면서 또 다시 대두됐다. 투자업체 품귀현상이 나타나면서부터다. 투자업체 발굴이 어려워지면서 벤처기업의 밸류에이션이 과대평가 됐다. 우량업체에 투자하려면 최소 서너 곳의 벤처캐피탈과 조건경쟁을 펼쳐야 했다.
벤처캐피탈은 적정 수준보다 높은 가격에 투자를 감행해야만 했다. 함량이 못미치는 업체로의 투자도 검토해야 했다. 자금소진률 관리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투자가 향후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줄리는 만무하다.
해외시장에 적절한 투자처가 있다고 판단되면 해외펀드를 조성하고 투자를 집행하는 게 맞다. 자본시장에 글로벌 장벽이 사라진 상황에서 '국적'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국내기업, 해외기업을 나눠 투자장벽을 쌓고 자연스러운 자금흐름을 억지로 막아 놓으면 결국 시장에 왜곡을 낳을 수밖에 없다.
물론 해외투자가 장밋빛 결과를 가져 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해외투자를 집행했던 펀드 중 플러스 수익률을 거둔 조합은 많지 않다. LP들의 해외출자를 더욱 소극적으로 만드는 지표들이다.
그 동안 해외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했던 이유는 체계적인 투자전략과 딜소싱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지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유망산업에 무턱대고 자금을 집중시켰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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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수익률에 관한 문제는 앞으로 현지 LP와의 연계, 현지기업 투자심사역 강화, 펀드 대형화 등의 방법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모태펀드와 일부 벤처캐피탈이 해외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모태펀드는 이스라엘 벤처펀드를 조성했고,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중국기업 투자펀드를 조성했다. 모두 현지 LP와의 연계를 통해 조성된 펀드다.
벤처캐피탈 시장에 해외투자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는 듯 하다. 벤처캐피탈이 국내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계적인 GP로 성장하기 위해선 이들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정부와 LP 등 시장관계자들의 인식이 전환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