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펀드 된 '나눔펀드'...경제난에 이웃사랑도 실종?

빈 펀드 된 '나눔펀드'...경제난에 이웃사랑도 실종?

김성호 기자
2011.03.04 06:55

'전시상품' 전락. 2개월 지나도록 설정액 거의 없어...협회 판매사도 관계자도 가입 안해

지난해 12월, 금융투자협회와 업계는 '나눔 펀드'를 내놓았다.

당시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유관기관과 금융투자업계가 자본시장의 성과를 소외계층과 공유하기 위해 '나눔펀드'를 설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서는 '따뜻한 자본시장을 위한 금융투자업계의 노력'의 일환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상생'을 강조하며 소외계층 지원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 오버랩 됐지만 '좋은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기만 한다면 좋은 일이었다.

그로부터 2개월. '나눔펀드'의 설정액은 얼마로 늘었을까.

당시 '나눔펀드'의 이름으로 설정된 펀드는 모두 3개. '산은2020주식형펀드(C-d)', '신한BNPPTops아름다운SRI주식형펀드(A-ch, A-ds)', 'KB스타한국인덱스주식형펀드(C-d)'등이다.

'산은2020주식형펀드(C-d)'는 저소득층 장학사업 및 독거노인 지원에 펀드 순자산 평잔 중 연 0.16%를 기부하며, '신한BNPPTops아름다운SRI주식형펀드(A-ch, A-ds)'는 어린이 및 장애인 지원에 펀드 순자산 평잔 중 연 0.18%를 기부한다.

또, 'KB스타한국인덱스주식형펀드(C-d)'는 다문화가정 및 결식아동 지원에 펀드 순자산 평잔 중 연 0.14%를 기부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현재 '산은2020주식형펀드(C-d)'와 '신한BNPPTops아름다운SRI주식형펀드(A-ch, A-ds)'의 설정액은 수 십만원에 그치고 있다. 실제 '운용'이 이뤄질수 있는 단위가 되지 않는 '빈주머니 펀드'인 셈이다.

'KB스타한국인덱스주식형펀드(C-d)'가 그나마 설정액 57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도 최근 증시하락으로 순자산이 53억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투자자들은 왜 이처럼 '나눔'에 이처럼 인색한 것일까.

금융위기 이후로 장기간 침체를 겪은 뒤끝이라 투자자들이 심리적 위축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1차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기부실적과 경기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펀드의 설정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투자를 유인할만한 '상품가치'가 없으면 애초부터 성공가능성은 0%였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특징적인 운용전략이나, 차별화된 운영인력, 독특한 투자포트폴리오 같은 상품가치가 뒷받침돼야 했다는 지적이다. 협회와 업계가 3개월간 머리를 맞대고 내놓았다는 펀드는 기존 주식형, 인덱스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일회용 홍보행사'로 그치지 않을까 하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협회가 사람들이 기부에 대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연말, 연초에도 '나눔펀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하다 못해 협회나 판매사 관계자들부터라도 펀드에 가입해 모범을 보였다면 관심을 좀 더 끌 수 있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이나 판매사 및 운용사 관계자들 중에 '나눔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들 역시 판매에 뜻이 없었다. 현재 '나눔펀드'를 판매하는 곳은 산업, 신한, KB국민은행, 대우증권 등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판매처를 보유한 이들 금융기관이 2개월 동안 모은 펀드 자금은 고작 60억원. 사실상 펀드영업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 펀드 투자자는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률이 우선인데, 펀드 자산의 일부를 기부할 뿐더러 굳이 판매사에서 소개도 안 하는 펀드에 가입할 이유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

전형적인 '행사용 상품'이 펀드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린 셈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