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합병)성과가 나오는 데 얼마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입니까?" vs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여의도 미래에셋증권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미래에셋 1호 주주총회장에서 주주 A씨와 안재홍 미래에셋 1호 대표가 나눈 얘기다.
대부분의 상장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사들이 지난주 주총을 열었다.
첫 상장 1년 만인 지난 16일 대신증권의 스팩(대신증권그로쓰알파기업인수목적)이 처음으로 합병 성과를 냈지만, A씨처럼 주총 현장을 찾은 주주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기관 투자자들의 위임장 덕에 스팩 주총은 20~30분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스팩주들은 한때 가격제한폭까지 연일 치솟는 등 인기가 대단했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급속히 식었다.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3월 대우증권 스팩 등이 상장된 이후 지금까지 총 22개 스팩이 증시에 상장됐지만 상당수가 '개점 휴업' 상태다. 주총장에서 만난 스팩 대표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물론 스팩 대표들도 할 말은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갑작스레 비상장사 가치산정 방식을 종전보다 까다롭게 해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당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투기화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팩 업계와 감독당국의 주장이 다들 나름 일리가 있지만, 책임도 공유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스팩 투자자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3년 내 합병등기를 마치지 못한 스팩은 상장 당시 공모금액 범위 내에서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준다.
공모주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시장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해산 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공모주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다른 곳에 투자하지 못해 벌지 못한 잠재 수익 또한 손실로 볼 수 있다.
자본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스팩, 판마저 깨지지 않게 할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