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민소득 3만달러를 위한 지식재산 발전전략

[기고]국민소득 3만달러를 위한 지식재산 발전전략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1.04.05 09:51

정부가 마련한 지식재산기본법안이 국회에서 지연되고 있다. 이 법안이 우리 경제의 향후 발전방향과 직접 연계된 것으로 학계와 산업계의 열렬한 요구에 힘입어 마련되었고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다는 사실에 비춰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래 정부주도의 경제개발정책으로 급성장해 1인당 국민소득이 1995년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넘었다. 폴 크루그먼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전형적인 생산요소의 투입증가 모델을 채택한 것이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한정된 국토와 인구라는 제약조건 아래에서 단순한 양적 성장은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지속적인 성장과 개발과정에서 쌓인 내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전전략이 필요하였다. 그 과제를 슬기롭게 풀지 못하면서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은 고통은 오늘도 생생하다.

과감한 정부재정 투입과 산업구조조정으로 고비를 넘기고 대외개방과 자유화라는 전략에 의지해서 오늘날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상당부분은 개발경제시대의 후광 덕분이고 구조조정과정에서 경제력집중이 심화되는 비용도 치렀다. 이제 우리 경제는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서고 G20 정상회담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문턱을 들락거리면서 보낸 세월이 벌써 5년째이다. 하루빨리 3만 달러 단계로 도약해야 할 시점에 참으로 아까운 시간이다. 이렇게 지지부진한 이유는 수명이 다한 20세기 발전모델을 버리고 21세기형 생산성 향상모델로 전환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세계적 금융위기는 선제적 대응을 통해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근본적인 한계를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제2의 경제위기가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중국이라는 거대국가가 몰고 올 쓰나미가 눈앞에서 넘실거리는 가운데, 마음이 급하다.

우리의 발전전략이 동시다발적인 혁신(innovation)이며 구체적으로는 지식재산권 중심의 전략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하물며 중국까지도 지식재산전략을 국가발전의 근간으로 삼는 것을 명백히 한 상태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경원시하는 미국까지도 지식재산 육성을 산업정책화하고 의회는 물론 법원까지 이를 성원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강구할 수 있는 대책 중 기본적인 것이 국가적인 지식재산 발전전략을 반영한 지식재산기본법의 제정이다. 주요 경쟁국들이 이미 21세기의 시작을 전후하여 유사한 작업을 마치고 각론을 착착 실천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가 허송세월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지적재산권법과 독점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수많은 소송을 당하고 있다. 특허괴물(patent troll)의 위협 속에 막대한 현금을 바치기도 한다. 다른 한편 중국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어렵게 쌓아온 지적재산권을 도둑질당하고 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가 2008년 특허출원 세계 4위와 R&D 투자 세계 7위를 기록하는 것은 국내 기업들이 분투한 덕분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2009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이 57개국 중 겨우 33위로 35위인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제도가 산업발전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이다. 적어도 지식재산기본법의 제정에 관한 한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낙제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라는 평이 무색할 지경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지식재산 발전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펼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기본법이 필요하다. 반대는 없다. 고비를 넘지 못하면 위기가 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만일 또 다시 경제위기가 닥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