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석동식 개혁안, 제대로 되려면

[기자수첩]김석동식 개혁안, 제대로 되려면

임상연 기자
2011.05.12 07:51

"미래에셋이 보험 하나 잘 들었지. 역시 꺼진 불도 다시 봐야한다니까"

올 초 김석동 위원장이 금융위원회 수장으로 선임되자 증권가에서는 이런 말이 나돌았다. 미래에셋이 재경부 차관을 끝으로 야인으로 있던 김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지 3개월여만에 김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사외 이사 출신' 김위원장이 '낙하산 감사'의 병폐를 막기 위해 사외이사를 활용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금감원의 낙하산 감사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상근감사제를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또 대안으로 미국 영국등 선진국처럼 감사위원회를 100% 비상근 사외이사로 구성, 견제와 감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구상의 골자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바라보는 금융권 사외이사들의 현주소는 낙하산 감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전관예우'용 사외이사들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한다고 금융회사의 경영 투명성이 높아지겠냐는게 금융권의 냉소이다.

실제로 머니투데이가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등 34개 주요 금융회사의 145명 사외이사를 조사해보니 무려 42%(61명)가 정관계 고위직 출신이었다.

이들 정관계 출신 사외이사 중 상당수는 감사위원까지 겸직하고 있지만 최근 1년간 개최된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사실상 거수기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그 사이 금융회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멍들었고, 저축은행들은 줄줄이 영업정지 사태를 맞았다.

낙하산 감사와 금융권 부실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보다 금융회사의 인사 시스템에 있다는 게 금융권 사람들의 시각이다. 금감원 출신을 아예 감사로 보내지 못하게 하는 게 정답일지도 의문이다.

100% 완벽한 시스템은 없을 테지만, 그보다는 능력과 무관한 낙하산이나 전관예우, 그리고 학연 지연 등과 같은 인맥들이 뒤흔들지 못할 촘촘한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게 김위원장의 숙제일 것이다.

비록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사외이사 자리를 맡아 봤던 김위원장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사외 이사 제도의 현주소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김 위원장이 경험에서 비롯된 복안 없이 그저 불쑥 사외이사를 통한 지배구조 개혁 방안을 내놓았을 것 같지는 않을 것이다. 김위원장에게 기대를 갖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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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 미래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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