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샤넬백 사는 된장녀, 주식 사는 된장남

[기자수첩] 샤넬백 사는 된장녀, 주식 사는 된장남

심재현 기자
2011.05.23 07:10

전국 백화점에서 명품 브랜드 샤넬의 핸드백이 동이 났다고들 한다.

이달부터 샤넬이 핸드백 가격을 올린다는 소식에 가격 인상 전에 빚을 내서라도 가방을 사려는 고객이 매장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몰래 샤넬 백을 사들여오다가 공항에서 들키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2006년 200만원대였던 샤넬백은 지금은 500만원대로 올랐다. 2006년산 제품 중에 상태가 웬만한 중고라면 요새 200만원 이상에 되팔 수 있다고 한다.

4인 가족 한 달 생활비의 5~8배가 넘는 핸드백을 두고 이런 과열이 빚어진 걸 두고 '샤테크'(샤넬+재테크)니 '백테크'(핸드백+재테크)니 하는 말까지 나왔다.

빚을 내더라도 더 오르기 전에 사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은 샤넬 핸드백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증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코스피지수 2000 시대가 이어지면서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19일 기준 6조875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인 2007년 6월의 7조105억원을 넘보고 있다.

증시가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자는 심리가 대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외상투자'가 '샤테크' 정도라도 만족스러운 재테크가 될지는 의문이다.

'된장녀'의 자기합리화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샤넬 핸드백은 이미 적잖은 '수익률'을 검증받고 있지만 주식투자는 그런 확실한 수익이 보장된 게 아니다.

'샤넬'만큼 꾸준히 사랑받는 상장사가 적기도 하지만 빚을 내서 사는 종목이라는 게 대부분 분위기에 휩쓸린 '묻지마 투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융자는 대개 지수 움직임을 뒤따른다"며 "이번에도 신용잔고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지수가 먼저 꺾여 주가가 상투를 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빚내서 샤넬백을 사는 이들만 된장녀라고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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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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