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과의 점심이 또 화제다. 3시간 점심식사 가격이 무려 28억원이다. 버핏의 투자 손실이 알려지면서 '점심입찰'은 예년보다 뜨겁지 않았다지만 낙찰가는 역대 최고였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투자자들에게 점심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을 묻는다면 아마도 투자자문사 대표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오지 않을까. 지난해 말부터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면서 이들은 증권가의 '파워맨'으로 급부상하며 이름값을 올렸다.
얼마전 한 자문사 대표와 오랜만에 점심 식사를 했다. 장소는 '버핏 점심'처럼 우아한 식당이 아니라 그의 사무실. 메뉴도 소박한 도시락이 전부다. 북적북적한 여의도 식당가보다 한결 여유롭고 조용해서 내 체질에 딱이었다.
내 취향은 그렇다 치고, 그는 왜 도시락 점심을 즐길까.
올 초만 해도 각종 투자설명회에 참석해 홍보에 힘을 쏟느라 바깥 점심이 많았던 그이지만, "요새 가급적이면 외부인과의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정확히는 '꺼린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소문이 무섭다"고도 했다.
시장의 관심을 받다보니 온갖 루머에 시달린다는 것.
자문형 랩 수탁고가 턱없이 빠졌다는 얘기나, 수익률이 박살이 났다는 소문은 그래도 가볍게 넘기는데, 특정 종목 주가가 떨어지면 모두다 자문사 매도 탓으로 돌리니 억울하다는 하소연이다.
조금만 주식만 팔아도 규모가 과장돼 증권가 메신저를 타고 루머가 떠돌아다닌다. 자문사가 포트폴리오를 짜서 증권사에 넘기면 증권사가 매매하는 구조상 '새는 정보'를 100% 막기 힘들다는 게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자문사가 원하는 만큼 사거나 팔기도 전 소문이 떠돌고, 주가가 출렁거리니 운신의 폭이 아주 좁아졌다고 한다. 오죽하면 한 자문사 사장은 "유리 상자에 갇힌 기분"이라고 비유 했을까.
물론 도시락 점심의 이유가 꼭 거기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문사 대표들은 수시로 주식을 매매하는 '선수'다. 점심시간도 예외는 아니다.
증시가 출렁거리는 사이 자문형 랩 수익률이 고꾸라지자 자문사 대표들도 얻은 교훈이 많다. 무엇보다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몸집 늘리기 보단 체력을 키우는 쪽으로 초점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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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형 랩이 '대세'라고 하지만 총 수탁고는 아직 10조원을 넘지 못한다.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원본(64조820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럼에도 펀드를 능가하는 관심을 받는 데는 '성장 가능성'도 한몫 하고 있다.
근거 없는 루머가 사라지고, 본업에 충실한 '선수'들이 많아질 수록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