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악령' 다시 고개...한국 증시 삼킬까

'유럽 악령' 다시 고개...한국 증시 삼킬까

신희은 기자
2011.06.27 16:54

【긴급점검=유럽發 쇼크 오나】이탈리아 악재에 1%↓…"그리스 디폴트땐 금융위기 이상"

그리스 재정위기의 '악령'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서히 봉합되고 있다고 믿었던 그리스 사태가 이번에는 이탈리아 은행권 불안으로 확산되며 뒤통수를 쳤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달말 그리스 의회에서 긴축안이 통과되기만 하면 구제금융과 추가지원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증시의 버팀목이 됐다.

그러나 며칠새 시장에서는 그리스 재정위기가 이미 주변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악의 경우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와 함께 유로존 전체가 위기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탈리아에 놀란 증시, 하루만에 '풀썩'

"그리스 위기는 아직도 첩첩산중"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4일 코스피 지수는 34포인트 반등해 2090선 돌파에 성공했다. 그리스 정부가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과 5년 기한의 긴축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외국인이 '사자'로 돌아서고 기관이 5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는 등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듯했다.

그러나 반등 하루만에 기세가 꺾였다. 지난주말 이탈리아 은행권이 일시적인 거래중단으로 자본부족 우려를 낳으면서 그리스 리스크가 이미 주변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0.52포인트(0.98%) 밀린 2070.2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1060억원을 되팔았지만 기관과 개인이 각각 2208억원, 3973억원을 사들이며 2070선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이탈리아는 최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정치적 입지약화로 재정수지 적자축소가 차질을 빚으면서 이탈리아가 위험지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탈리아 16개 은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13개 은행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우려가 증폭됐다.

이탈리아가 흔들리면서 이번주 그리스 의회에서 긴축안이 통과되고 나면 구제금융과 추가지원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도 풀이 죽었다. 그리스 현지여론이 긴축에 부정적이고 야당이 대립각을 세워 정치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로존 주요국가들 간의 갈등 역시 문제다. 민간투자자의 참여를 내세웠던 독일 등 북유럽 국가와 어떤 형식의 채무재조정도 반대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측의 입장이 완전히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수없는 위기가 도사리는 고비마다 적절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그리스 사태는 주변지역으로 확산, 유로존 전반의 신용수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코스피는 조정 수준을 넘어 어렵게 지켜온 지지선을 모두 내주고 주저앉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엔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사태까지"

일단 증권가에서는 그리스 사태가 재정취약국인 PIGS(포루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를 비롯해 유로존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유로존 전반이 위험에 처하도록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김지은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위기가 완전히 해결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달말 그리스의 긴축안 찬반투표와 다음달 중장기 계획 등 '시간벌기' 차원의 미봉책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리스 디폴트를 시작으로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화되면 증시가 걷잡을 수 없는 충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유럽은행들은 자본규제상 유로존 국가들이 유로화로 발행한 국채를 '무위험자산'으로 취급, 비교적 수익률이 높은 PIGS 국가의 채권을 대거 사들인 바 있다.

BI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그리스의 채무규모는 1609억 달러로 이 가운데 80.9%를 유럽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530억달러), 독일(340억달러), 영국(131억달러) 등이 그리스 채권을 많이 갖고 있다.

이들 은행은 PIGS 국가의 채권을 무위험자산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충당금을 확보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가 향후 채무재조정에 직면하면 충당금이 부족한 은행들은 동반 부실에 처할 수 있다.

또 충당금을 쌓기 위해 해외자산을 매각하고 대출을 죄기 시작할 경우 여파가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다. 일본대지진 이후 유입됐던 유럽계 단기성 자금이 국내시장에서 순식간에 빠져나가면서 코스피가 출렁거렸듯이 대규모 투자금 회수가 나타날 가능성도 가늠해볼 수 있다.

김의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문제가 긴축안 통과 등 이번 고비를 잘 넘긴다 해도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최악의 경우 그리스 위기 확산으로 유로존이 깨진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상의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거시경제분석팀장도 "올해 그리스 문제에 이어 내년에는 먼저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도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로존 위기가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번질 경우 지난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채권규모와 맞먹는 충격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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