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에 밀렸다? 어린이펀드 '찬밥신세'

'반값 등록금'에 밀렸다? 어린이펀드 '찬밥신세'

임상연 기자
2011.07.12 07:10

학자금펀드 도입돼도 세혜택 못 받아...정부·업계 외면에 자금이탈 지속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업계가 '학자금 펀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어린이펀드가 '찬밥'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칫 어린이 펀드가 학자금 펀드에 밀려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금투협과 자산운용사 사장단 및 실무자로 구성된 데스크포스(TF)는 최근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 관계 부처에 학자금 펀드 도입 방안을 제출했다.

학자금 펀드는 10년 이상 투자하면 연 3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적립식펀드다. 소득공제 혜택은 향후 대학등록금의 소득공제(연 900만원) 한도에서 차감된다.

학자금 펀드는 대학등록금을 위한 전용펀드로 약관상 자금용도도 학자금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금용도 제한이 없는 기존 어린이 펀드 가입자들은 사실상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 어린이펀드 가입자가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해지 후 학자금펀드로 재가입하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관계자는 "대학등록금을 위해 주어진 세제혜택이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세금을 반납해야 한다"며 "어린이 펀드가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약관을 고쳐야 하는데 학자금 마련 목적으로 가입한 고객들이 아니면 개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금투협 고위관계자도 "기존 어린이 펀드 가입자들을 위해 세제혜택을 소급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학자금 펀드가 도입되면 갈아타거나, 펀드 계좌를 제도 도입이후 10년간 유지하는 등 적격요건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어린이 펀드가 아닌 학자금 펀드의 세제지원을 들고 나온 것은 최근 반값 등록금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 반값 등록금의 대안 성격이 있는 학자금펀드의 경우 정부로부터 세제지원을 받기가 쉬울 것으로 판단했고, 이를 통해 침체된 펀드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의도도 포함됐다.

업계관계자는 "사실 학자금 펀드는 큰 틀에서 보자면 어린이 펀드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가 어린이 펀드에 세제혜택을 주지 않으니까 최근 사회적 이슈로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어린이펀드 가입자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대거 학자금 펀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펀드는 시장의 관심에서 급격히 소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어린이 펀드는 세제지원이 지연되면서 양호한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역성장을 걷고 있는 상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09년 2조6363억원에 달했던 전체 어린이 펀드 설정액은 2010년 2조1008억원으로 5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올 들어 증시 상승으로 자금유입이 재개되는 듯 했지만 5월이후부터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8일 현재 전체 어린이펀드 설정액은 2조2819억원 정도다.

어린이펀드 한 펀드매니저는 "학자금 펀드에 세제혜택이 부여되면 아무런 혜택도 없는 어린이 펀드에서 자금이 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저출산과 자녀 교육 및 생활비 부담 경감을 위해서라면 영국처럼 용도제한 없이 어린이 펀드에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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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 미래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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