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증시, '슈퍼스탁K'로 가는 길

위기의 한국 증시, '슈퍼스탁K'로 가는 길

권화순 기자
2011.08.23 09:56

[기자수첩]증권사, 새로 내놓은 전망 하루도 못가 또 틀려

지난 8일 아침, 국내 한 증권사에서 '반성문'에 가까운 리포트(사진)를 내놨다. 올 하반기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2000~2500로 잡았는데 하단이 크게 훼손된 탓이다. 코스피 지수는 이미 2000선이 붕괴됐다.

비단 이 증권사의 전망치만 빗나간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진지한 반성 뒤 새로 내놓은 전망(1850~2300)이 하루도 못가 다시 틀렸다는 것. 공교롭게 코스피는 이날 장중 1800.00까지 밀렸고, 다음날엔 1700선마저 맥없이 무너졌다.

'민망 리포트'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다. 코스피 지수가 간밤 미국과 유럽 증시 등락에 따라 춤추는 일이 매일 되풀이됐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전망이 무의미하다"는 하나마나한 말을 늘어놓았다.

전세계 증시가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확산 공포감에 크게 흔들이고 있다. 한국 증시도 예외는 아니다. 매일 대외 이슈에 춤추다보니 '패닉 증시'의 탈출구도 밖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힘을 받았다.

하지만 이참에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너무 크다. 지난 19일 코스피 지수가 6.22%(115.70포인트) 급락했는데, 대만 증시는 3.57%, 홍콩과 싱가폴은 각각 4.12%, 3.23% 내렸다. 한국 증시가 두 배 가량 더 미끄러진 셈이다. 이달 국내 증시의 하락률은 재정위기 진앙지인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맞먹고, 신용등급이 강등된 미국의 2배에 달한다.

이는 국내증시의 '허약한 수급'이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비중이 30%에 달하다보니 이들의 매매 동향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그에 비해 연기금, 투신권·은행·증권·보험사 등 국내 기관의 '파워'는 미미한 수준이다.

일례로 지난 19일 코스피 지수가 115포인트 급락할 당시 외국인은 2567억원 순매도했다. 기관도 3114억원 팔자 우위였다. 기관은 시장이 흔들릴 때 장을 받쳐주기는 커녕 손절매(로스컷)로 지수 하락 압력을 키웠다. 구원투수 격인 연기금도 겨우 20억원 순매수에 그쳐 지수는 속절없이 밀렸다.

허약한 수급 문제는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연기금과 기관을 외국인의 대항마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새로운 구호는 아니다. 하지만 유례없는 폭락장이 펼쳐지고 있는 지금, 이 해묵은 과제를 시작할 적기임은 분명하다.

외국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시장에서 채권투자 위주의 국민연금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릴 방법이 무엇인지, 로스컷으로 방어에만 몰두하는 기관이 배짱 좋은 '큰손'으로 거듭날 비책이 무엇인지, 이를 위해 당국이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일은 없는지, 원점에서부터 꼼꼼하게 되짚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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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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