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팔아 채권사는 외국인, 금융위기와 다르네

주식팔아 채권사는 외국인, 금융위기와 다르네

엄성원 기자
2011.08.26 17:30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며 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서만 4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정점에 이른 2008년 10월 한달간 코스피지수는 300포인트 이상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주식 채권을 막론하고 '셀 코리아(Sell Korea)'에 나섰던 금융위기 당시와는 달리 외국인들의 국채 매수세가 그치질 않고 있다.

◇ 외인 주식 매도, 금융위기 때보다 '고속'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4조9300억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했다. 2008년 10월의 4조6000억원을 넘는 규모다.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의 주식 보유 비중도 25일 현재 32.00%까지 후퇴했다. 외국인의 주식 보유 비중은 지난 12일 연 최저인 31.69%까지 하락한 후 소폭 반등한 상태다.

코스피지수의 하락 속도도 당시보다 더 빠르다. 2170선에서 이달 첫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1770선까지 후퇴했다. 19거래일 동안 4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한 셈이다. 금융위기 당시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던 2008년 10월 한달간 코스피지수는 1439.67에서 1103.06으로 336포인트 빠졌다.

증시 매도 규모와 변동성은 금융위기 때 이상으로 불어났지만 외국인은 당시와 달리 최근 한국 국채는 연일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한국 국채를 41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반면 2008년 10월 한달 동안 외국인은 우리 국채를 약 1조85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현금 확보 필요성이 가중되면서 많이 오른 한

국 증시는 매도하면서도 한국 국채에 대한 투자 매력은 충분히 인정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과거 금융위기 당시 자본 도피처로 여겨지던 시장은 내부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당시에 비해 투자 가치가 하락한 반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시장 국채의 투자 매력이 한층 부각된 결과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이 동반 부진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 이머징 국가 채권이 상대적인 자본 도피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금융위기 때 외국인들의 무차별적인 셀코리아를 정책 당국이 경험해봤다는 것도 한국 국채 가치를 높이고 있다"며 "정책 당국이 과거의 기억을 살려 국채 가치 방어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 경기 우려와 유럽 국채 위기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진정된 이후에도 아시아 이머징시장 국채 선호는 계속될 것"이라며 "앞으론 경상수지 흑자가 국채 투자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간빙기 수익률, 채권이 역전

한편 이달 증시 폭락으로 금융위기 이후 주식과 채권의 투자 수익률도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리먼 파산 이후 한국 주가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2008년 11월 이후 최근 3년간 수익률은 주식이 72%(MSCI 전세계지수, 한국지수 기준), 채권이 80%(글로벌국채지수, WGBI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채권 13%, 주식 -18%로 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만 해도 주식이 수익률에서 앞섰으나 이달 폭락장에 접어들면서 수익률이 역전됐다.

한 연구원은 이와 관련, "이번 사태가 금융위기 때처럼 장기화되진 않겠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 확대를 고려하긴 시기상조"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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