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고점기부'와 경영진의 '고점매도'

안철수의 '고점기부'와 경영진의 '고점매도'

김동하 기자
2011.11.20 14:10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의 '통 큰 기부' 이후 정치권과 시장이 연일 뜨겁습니다. 안 원장은 지난 14일 자신이 소유한안철수연구소(64,100원 ▲600 +0.94%)주식 372만주의 절반을 저소득층 자녀교육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불과 4개월전만해도 2만원 수준이던 주가가 10만원을 넘어섰으니 일종의 '고점 기부'였습니다. 안 원장이 발표한 14일 종가기준으로 기부액을 평가하면 1514억400만원. 4개월전만해도 기부평가액은 400억원에도 못 미쳤습니다.

안 원장이 오너(최대주주)라는 이유 때문에 급등했던 주가는 '통 큰 기부'소식에 또 한 번 열광하며 기부평가액도 20%늘었습니다.

안 원장이 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기부사실을 알린 14일까지만 하더라도 기부 대상 주식의 가치는 1514억40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15일 상한가에 이어 16일에도 4.4%오르면서 기부평가액은 1817억2200만원으로 303억1800만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을 때도 주가는 올랐습니다. 안 원장이 출마를 포기하고 박원순 후보를 돕겠다고 선언한 10월 24일에는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안 원장이 '양보'하고 '기부'할 때마다 주가는 오른 것입니다.

한창 몸값이 오를때 양보하고, 주가가 불붙을때 기부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잘 나갈 때 이를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유혹이 커지는게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대주주나 경영진이 고점에 주식을 매도하는 것도 그런 '유혹'때문일 것입니다.

지난해 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 박지만씨 오너(33.6%)로 있는 EG는 대선 테마주의 선봉에 섰습니다.

EG는 페라이트(Ferrite) 자성소재 제조 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금속소재업체입니다. 박 전 대표의 공약과는 연관이 없지만 선거나 박 전 대표가 정치적 행보를 보일 때마다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1개월도 안 돼 70%넘게 주가가 오르는 과열양상을 나타냈습니다. 최대주주인 박지만씨는 12월28일과 29일 주당 평균 3만7000원정도에 2.7%에 달하는 20만주를 팔아 74억여원을 현금화했습니다.

앞서 2007년 12월 대선 때도 박씨는 지분 5.83%을 3만원 전후의 고점에서 매도해 78억원을 확보했고, 특별관계자인 이광형씨도 팔자에 동참했습니다.

EG는 올해 1월에도 대선테마주로 분류되며 4만1600원까지 더 올랐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 EG는 2만7100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바이오주 오너와 경영진들도 주식을 고점에서 매도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최근메디포스트(22,600원 ▼1,900 -7.76%),뷰웍스(25,450원 ▼950 -3.6%),인피니트헬스케어(6,600원 ▼30 -0.45%)등의 오너와 임원들은 바이오주 열풍으로 급등하던 고점에 주식을 매도했고, 이후로 대부분 주가는 하락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안철수 연구소의 경영진들이 보유주식을 대거 처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홍선 대표이사는 지난 4월 스톡옵션 행사 후 7개월만에 총 5억2470만원의 차익을 얻었고, 조동수 상무와 조시행 상무와 김기인 상무도 수억원의 차익을 챙겼습니다.

안철수연구소의 최대주주인 안 원장이 '고점기부'를 결정한 순간, 경영진들은 '고점매도'를 진행해 막대한 차익을 거둔 겁니다.

물론 현금이 부족한 대주주들이 증자 대금이나 회사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파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영진들도 각자 고점에 주식을 매도하는 사연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안철수 원장의 '고점기부'는 주가와 기부액을 늘렸고, 다른 오너나 경영진들의 '고점매도'는 대부분 주가를 끌어내리며 다른 주주들에게 악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입니다.

'나눌 수록 커지는' 기부의 정신이 정치권 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발휘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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