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볼프강 엔슈버 UNPRI 이사회 의장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이 투자자에게 미칠 영향을 100% 이해한 후 찬성의결을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건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무작정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수탁자로서의 기관투자자 의무에 위배됩니다."
볼프강 엥슈버(Wolfgang Engshuber)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 이사회 의장(55)은 2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엥슈버 의장은 이번 방한에서 국민연금의 자금운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한국 서명기관들과 책임투자(RI) 원칙 현황에 대해 정보를 교류할 예정이다. 22일에는 글로벌 기업의 사회책임활동(CSR) 촉진을 위한 유엔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주관 '2011 글로벌 기업 사회책임 회의'에 발표자로도 나선다.
그는 "기관투자자 의결권의 실질적 행사는 기관투자자가 투자대상 기업에 취할 수 있는 가장 초보적인 수단의 '개입'(Engagement)일 뿐"이라며 "기관투자자는 기업이 일상적으로 취하는 경영상 판단에 주주로서 참여해 기업과 투자자, 사회의 공생발전 방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같은 기관투자자의 활동을 기대하기란 요원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3월 코스피시장 12월 결산법인의 정기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는 97.88%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찬성' 표를 던졌다. 사실상 기관투자자는 주주라기보다 투자대상 기업 안건에 맹목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는 말이다.
기관투자자들로서는 대형상장사가 투자대상 기업인 동시에 운용사에 돈을 맡기는 고객이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엥슈버 의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독일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 기업간 순환출자 구조가 워낙 공고했기 때문에 투자자 권리를 보호하는 풍토가 자리잡지 못했다"며 "15년에 걸쳐 해외 투자자가 끈질기게 문제제기를 한 결과 상장사들이 보다 투명하게 경영정보를 공개하는 등 주주권리 보호풍토가 자리잡게 됐다"고 전했다.
또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투자판단에 반영하는 곳이 드문 데다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개입도 미흡하다"며 "글로벌 운용사들의 경우 ESG 이슈를 전체 운용자산 투자판단에 반영하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전체 운용자산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를 운용할 때에만 ESG 이슈를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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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투자대상 기업도 투자자에게 재무적 성과만 강조할 게 아니라 ESG 관련 규제에서 얼마나 기회요인을 잘 포착하고 리스크 요인을 잘 피해갈 수 있을지 잘 알려야 할 것"이라며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있는데 글로벌 투자자들이 관련 이슈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NPRI는 2006년 글로벌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코피 아난 당시 UN사무총장 주도 하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선포한 6개항의 투자원칙을 일컫는 용어이자 이 원칙을 확산시키기 위한 조직의 명칭이다.
PRI 6개항 원칙은 재무적 요인 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비재무적 요인을 투자결정에 반영하고 투자대상 기업의 사회책임(CSR) 활동을 유도하는 활동이 지속가능한 수익을 가능케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PRI 원칙을 따르겠다고 서명한 기관은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공단 등 한국 15곳을 포함해 약 900개사에 이른다. UNPRI 서명기관이 운용하는 자산은 25조달러에 달한다.
UNPRI 이사회는 서명기관으로 참여한 기관투자자, 연기금 등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엥슈버 의장 본인도 세계 최대 재보험사 무니크리(Munich Re) 투자부문 임원 및 부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볼프강 엥슈버 UNPRI 의장은…
△1956년생 △독일 뮌헨대 법학 석사, 경제학 박사 △뮌헨 리(Munich Re) 미국지사 선임고문(CAO) △MEAG 뉴욕지사 이사(뮌헨 리 북미자산운용사) △뮌헨 리 글로벌자산운용 임원 △UNPRI 이사회의장(통합 리스크관리, 인적자원, 정보기술, 마케팅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