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해운 메카 피레우스 '재정위기는 남 이야기'

[르포]해운 메카 피레우스 '재정위기는 남 이야기'

피레우스(그리스)=최명용 기자
2011.12.02 08:00

그리스 정부 보유 지분 65% 매각 추진..컨테이너터미널은 中업체에 매각

-피레우스 항만 자체자금 통해 투자확대 계획

-크루즈, 화물 처리 시설에 4~5억유로 투자계획

피레우스항을 통해 운송되는 자동차 모습. 내륙을 향한 자동차는 그리스에서, 바다를 향한 자동차는 중동 등지로 경유되는 차량.
피레우스항을 통해 운송되는 자동차 모습. 내륙을 향한 자동차는 그리스에서, 바다를 향한 자동차는 중동 등지로 경유되는 차량.

그리스는 해운 강국이다. 한국의 조선업이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가 발주한 2척의 배에서 시작했다는 얘기는 전설처럼 전해진다. 한국 조선업의 오늘을 만들어준 곳이 그리스였다.

그리스 해운업의 상징은 피레우스항이다. 아테네 시내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피레우스항은 깊은 수심과 거의 일정한 조수간만의 차 등 천혜의 항구 입지를 갖췄다.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등 지중해 전 지역을 오갈 수 있는 편리한 지리조건도 강점이다. 피레우스항 주변으로만 1000여개의 해운사가 위치해 있다.

그리스 정부가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피레우스항 지분 65%를 매각 대상으로 내놓았다. 그리스 해운업의 상징을 매물로 내놓은 셈이다.

반면 정부의 지분 매각과 별개로 피레우스항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웠다. 크루즈 선박 입항 수요를 충족하고 화물 처리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그리스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전세계 금융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지만 그리스 해운 산업은 오히려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피레우스 크루즈 입항 시설에 2.3억유로 투자=피레우스항은 9개의 크루즈선 입항 벨트를 갖추고 있는 세계 최대의 크루즈 선착장이다. 크루즈선이 입항하는 날은 월수금에 몰린다. 크루즈선이 몰리는 날엔 온 동네가 시끄럽다. 기착지 여행을 위한 여행객들과 이들을 호객하는 장사꾼들이 뒤섞여 장사진을 이룬다.

피레우스항 전경
피레우스항 전경

피레우스항을 통해 그리스를 방문하는 크루즈여행객은 한해 250만명에 달한다. 이중 50만명 정도가 그리스인이고 나머지 200만명을 외국인들이다. 크루즈 여행객수는 매년 늘고 있어 크루즈 선착장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피레우스항은 크루즈선착장 확대를 위해 2억3000만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다. 6개의 크루즈선착장을 신규로 건설해 크루즈 여행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스 정부가 재정위기인데 자금 유치엔 문제가 없을까. 답은 너무 간단했다. 자체 보유한 현금이 풍부하고 크루즈운영사들이 갹출해 낼 것이란 대답이다.

스트라보스 하차코스 PPA(피레우스항만운영국) 이사는 "크루즈선 이용객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하다"며 "피레우스항의 신용등급이 워낙 좋기 때문에 자금 조달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피레우스항은 지난해 1억3400만유로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1100만유로를 기록한 바 있다.

◇자동차 생산 '0'..자동차 경유는 30만대=크루즈 선착장을 지나면 화물 운송 터미널이 나온다. 일반인에겐 개방되지 않는 이곳을 투자자들에게 임시 개방했다.

화물 선착장은 자동차 등을 운반하는 카고 터미널과 컨테이너 선착장으로 나뉜다. 카고 터미널엔 피레우스항을 경유해 인근지역으로 운송을 기다리는 자동차가 즐비하다. 화물항구에서 바다를 향해 서 있는 자동차는 환승하는 자동차들이고, 내륙을 향해 서 있는 자동차는 그리스 전역과 인근 국가로 수출되는 차량들이다.

그리스는 자체 자동차 메이커가 없다. 자동차생산은 '0'이다. 하지만 피레우스 항을 통해 들고나는 자동차수는 50만대에 육박한다.

피레우스항을 통해 운송되는 자동차 모습. 내륙을 향한 자동차는 그리스에서, 바다를 향한 자동차는 중동 등지로 경유되는 차량.
피레우스항을 통해 운송되는 자동차 모습. 내륙을 향한 자동차는 그리스에서, 바다를 향한 자동차는 중동 등지로 경유되는 차량.

최근 경기 침체 여파로 피레우스항을 최종 기착지로 삼는 자동차 수는 크게 줄었다. 2008년 22만대에서 지난해 13만대로 절반가까이 줄었다.

반면 피레우스항을 경유해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로 운송되는 환승차량의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환승 차량의 수는 2009년 10만대에서 지난해 25만대로 늘었다. 남유럽 경기는 어렵지만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의 자동차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수요 확대에 대비해 카고 터미널도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하차코스 이사는 "자동차 화물 운송 시설 확충에도 1억5000만달러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경기 회복을 대비해 투자 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해운업체 피레우스 터미널 운영권 확보..한국은?=피레우스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은 보안과 안전을 이유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업체인 코스코에 1개 터미널의 운영권을 맡겼다는 소식만 전해줬다. 중국 최대 해운업체인 코스코는 지난 2009년 피레우스 항의 컨테이너터미널 운영권을 확보했다. 노조 문제 탓에 어려움도 겪었지만 피레우스를 통해 유로존으로 진출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한국 등에게 이같은 기회가 다시 오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리스 재정 위기와 무관하게 여전히 탄탄히 기업 활동을 보이는 그리스 해운업의 저력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대규모 투자 자금도 자체 펀딩을 통해 조달해 공개 입찰은 거의 없다. 다만 민영화 대상으로 나온 지분 투자만 투자 가능한 매물이다.

하차코스 이사는 "피레우스항은 자체 신용등급도 워낙 높아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이 없다"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돼 있는 현 시점이 지분 투자에 좋은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피레우스항 주변 거리. 해운업체들이 상주하는 곳. 아크틸야울러 스트리트
피레우스항 주변 거리. 해운업체들이 상주하는 곳. 아크틸야울러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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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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