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기껏 만들어놓고 없애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최근 금융당국이 파생상품 관련 대대적인 규제안을 내놓은데 대해 금융투자업계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은 장내옵션과 주식워런트증권(ELW), FX(외환)마진 등 파생상품 시장의 투기성을 억제하고 개인투자자의 시장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마련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손실을 입기 쉬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투기성 거래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공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거래를 축소시켜 이를 달성하겠다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일관성이 없는 규제라는 지적이다. 장내 옵션 거래 승수를 1계약당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해 소액투자자를 시장에서 내쫓을 경우 풍선효과로 ELW 시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ELW 규제와 배치되는 대목이다.
ELW 규제도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을 스프레드(매도호가와 매수호가 가격차이) 비율이 일정 이상에만 가능하도록 제한해 기존 한국거래소의 권고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LP 평가와 관련해 물량을 많이, 스프레드를 좁게 하라는 권고를 해 왔는데 이번 규제는 정반대로 이뤄졌다"며 "이런 식의 호가 규제를 하는 나라는 없다"고 밝혔다.
가장 큰 우려는 시장 자율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규제 마련을 위해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얘기는 다르다. 파생상품 시장의 거래를 인위적으로, 급격하게 줄일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제대로 된 대처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책임은 있다. 그동안 투자자 교육이나 보호를 소홀히 한 채 거래를 늘리고 유치하는데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과도한 규제가 정당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ELW 재판과 관련해 한 관계자는 "검찰이나 재판부가 시장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는게 맞느냐"고 물었다. 시장 자체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규제를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복잡한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없이 들어오는 투자자를 막고 보호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시장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를 들어 수요를 강제적으로 없앨 수는 없다. 일관성 없는 규제로 신뢰를 잃는 것도 문제다.
독자들의 PICK!
갈 곳을 잃은 투자 수요가 제도권 밖으로 향해 검은 시장으로 흘러든다면 규제로 인한 효과보다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