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홈플러스의 '트라우마'

[기자수첩]홈플러스의 '트라우마'

정영일 기자
2011.12.23 05:55

유통업계에선 홈플러스에 대한 '트라우마'(정신적 상처)가 있다.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 진출 초기 발생했던 상황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2007년 이후 공격적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를 출점했다. 2008년 2월말 기준 71개에 불과하던 점포를 2011년 8월말에는 255개까지 늘리면서 SSM 업계 수위권에 이름을 새로 올렸다.

부작용이 문제였다. 이미 기존에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있는 가운데 무리하게 점포를 추진하다보니 갈등이 이어졌다. 이미 동네 슈퍼마켓이 들어가 있는 매장을 임대해 자사의 SSM을 입점시키는 '점포뺏기'도 성행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지역 상가들과 문제가 발생해 조정대상이 된 점포수가 50개를 넘어서기도 했을 정도로 홈플러스는 공격적인 출점을 했었다"며 "SSM이 '사회적 골칫거리'로 떠오르며 상생법·유통법이라는 '족쇄'를 차게 된 것도 홈플러스 탓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가 새로 추진하는 편의점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저돌적인 점포 확장 전략을 사용할 경우, 편의점 시장도 또 다시 SSM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편의점이 골목상권을 죽인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게 되지 않을지 조바심을 내는 모습이다.

홈플러스 역시 이같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6월 편의점 사업 진출을 단독 보도한 직후 홈플러스는 관련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정황에 대한 추가보도가 나왔지만 부인하거나 "다양한 신성장사업의 하나로 검토 중"이라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홈플러스의 정보공개서가 지난달 30일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받은 후에도 회사 측은 첫 점포가 나오는데 2~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지난 21일과 22일 연달아 1호와 2호 점포를 개점했다. 관련 보도 후에는 또 다시 "시험 점포 형태의 직영점"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편의점 사업 진출이 알려지는 것 자체를 극히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홈플러스 자신이다. 앞으로 편의점 사업을 추진하면서는 SSM사업 초기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보여줘야 한다. 거대 유통기업답게 지역사회에 책임있게 처신해야한다. 그것이 홈플러스와 유통업계가 모두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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