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기술과 신기루

[기자수첩]신기술과 신기루

김건우 기자
2012.01.30 06:00

 지난해 증시를 뒤흔든 테마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빼놓을 수 없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휘거나 구부릴 수 있고 접을 수도 있다. 얇으면서 가볍고 충격에도 강하다. 획기적인 기술이지만 실제 제품은 일본 기업이 내놓은 게 전부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관련 휴대폰을 내놓을 것이란 소식에 본격적으로 수혜주 찾기에 들어갔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전자잉크 생산업체잉크테크(3,750원 ▼15 -0.4%)다. 이 회사는 은(Ag)을 이용한 투명전자잉크를 개발해 국내외 업체에 납품을 추진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1만원대였던 주가도 3만원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27일 잉크테크는 지난해 영업손실 78억1759만원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내놨다.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등한 데는 증권사 리포트가 한 몫 했다. 불과 두 달 전 교보증권은 4분기 매출증가와 실적개선이 가능해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리포트를 읽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당시 제목도 '본격적인 성장 가능성에 주목할 시점'이었다.

 삼성의 헬스케어부문에 대한 투자 소식이 나올 때마다 급등세를 보이는인피니트헬스케어(7,360원 ▲130 +1.8%)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2배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9곳의 증권사가 리포트를 쏟아냈고 '의료용 SW 절대강자' '유헬스 대표 수출주'라는 제목을 달았다. 하지만 최근 증권가는 2011년 예상 매출이 추정치 대비 -10% 수준으로 부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주가도 하락세로 돌아서 고점 대비 30% 정도 급락했다.

 3차원(3D) 테마주인 케이디씨도 신기술 기대감에 1000원대였던 주가가 10배 넘게 급등했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최근 주가는 800원대까지 급락했다.

케이디씨는 2011년 목표매출로 1500억원을 제시했지만 3분기까지 누적매출은 346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치는 등 사실상 목표달성이 힘든 상태다.

 혹자는 주식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 곳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희망의 단서를 찾기 위해 나선다. 시대를 바꿀 수 있는 신기술은 누구나 관심을 갖게 된다. 기대하고 또 기대하지만 정작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장춘몽에 그친다. 희망만 준 기업과 투자의견 없이 내놓은 증권사 리포트. 실체 없는 기대감에 대한 책임이 단순히 투자자에게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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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 기자

중견중소기업부 김건우 기자입니다. 스몰캡 종목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엔터산업과 중소가전 부문을 맡고 있습니다. 궁금한 회사 및 제보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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