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룰 그대로"...증시 체질개선 멀었다

"10% 룰 그대로"...증시 체질개선 멀었다

김성호,권화순 기자
2012.02.13 07:55

자본시장법 개정안 무산...연기금 주식 운용폭 제한, 외인 매물에 불안감 여전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담긴 '10%룰 예외조항'은 연기금의 국내 주식투자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다.

법 개정을 통해 연기금의 족쇄를 풀게 되면 사실상 외국인의 놀이터로 전락한 국내 증시의 대항마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단순한 법 개정을 넘어 국내 증시의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정치권이 정작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절실한 현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 공시의무가 뭐기에?=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10% 공시의무를 적용받게 됐다. 업계는 현행 자본시장법 내에서 연기금이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만일 보유지분이 10%를 넘을 경우 운용사별로 나눠져 있는 보유종목 수 백 개의 지분내역을 일일이 집계해야 됨에 따라 시간적, 행정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이 자본시장법이 시행되기 전 일부 종목을 매도,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149개에 달하는데 이중 상당수는 이미 9%를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만도 지분율이 새로이 9%를 넘긴 종목이 13개에 달해 '목'까지 찬 상황이다.

또 대형주가 아닌 시가총액 1000억원 이하 중소형주를 매수하는 것도 쉽지 않다. 30개가 넘는 위탁운용사 가운데 3분의 2가 5억원씩만 매수해도 지분율이 10%를 넘어선다.

더욱 큰 문제는 연기금의 자산이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주식투자 규모도 늘릴 수밖에 없는데, 10%룰이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민연금 자산규모는 346조원으로 이 중 국내 주식투자(직접+위탁) 규모는 61조6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 주식투자 규모를 76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10%룰'과 '단기차익반환' 완화를 검토했다. 단기차익반환이란 지분 10%를 넘는 주요 주주가 6개월 이내 주식을 팔아 차익이 생기면 해당 회사에 모두 반환해야 하는 법인데, 이는 법 개정 없이 증권선물위원회 의결로 풀 수는 있다. 하지만 10%룰이 살아 있는 한 주식투자 활성화라는 의미는 퇴색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은 "연기금이 국내증시에서 시가총액 대비 비중이 6% 가까이 되는데 10%룰을 적용 시키는 것은 '연못 속의 고래'를 넣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부 종목은 자산배분 상 들어가야 하지만 추가로 투자를 못하고 있다"면서 "이미 목까지 차서 9.7%에 달하는 것도 있는데, 이는 실질적인 운용상의 제약"이라며 '10%룰'의 부작용을 꼬집었다.

◇증시 체질개선 '도루묵'=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충분한 '실탄'을 갖고도 마음 놓고 주식투자를 못하는 동안 국내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외국인 놀이터'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 8월에 터진 유럽발 재정위기가 대표적이다. 당시 코스피 지수가 하루 100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국내 이슈가 아닌 해외 이슈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지만 외국인 매물을 받아줄 매수 주체가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불안감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지금도 여전하다.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외국인 자금이 원화강세에 베팅한 '핫머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외국인 매도 폭탄으로 국내증시 쇼크가 다시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8월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변동성 높은 우리 증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연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 비중은 24%로 외국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친다. 미국의 캘퍼스는 54%, 노르웨이 국영연기금과 캐나다 국민연금(CPP)이 각각 62%, 52%인 것과 대비된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막강하게 매수에 나서면서 370조를 들고 있지만 연금은 고작 60조원대에 그친다"면서 "운용 자율성을 줘야 국내 증시 체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익성 개선으로 국민들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