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는 되고 봉수는 안 되는 것." 영화제목이 아니다. 최근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말 공공기관 지정 해제 심사에서 탈락하자 던진 자조섞인 말이다.
거래소 노조는 그 직후 1층 로비에 대자보를 붙였다. 김봉수 이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질타하는 내용이다. 자주 비교되는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취임 10개월여 만에 공공기관 '족쇄'를 풀어내자 거래소 경영진은 더 궁지로 몰리는 형국이다.
정부 지분이 대부분인 산은은 공공기관에서 벗어났는데 100% 민간자본으로 구성된 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남았다. 매년 정기국감도, 감사원 감사도 그대로 받아야 한다. 물론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 차원에서 보면 공공기관 지정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거래소 얘기는 다르다. 해외에서 제휴 등을 추진하다 보면 "상장도 안된 '관치거래소' 아니냐"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외국 거래소가 적잖다고 한다.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은 2009년. 방만한 운영 등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당시 이사장 자리를 놓고 현 정부의 첫 낙하산 인사 시도가 뒤틀리면서 괘씸죄가 적용된 탓이라는 점을 정설로 받아들인다.
이번 공공기관 유지 결정에 대해 거래소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더구나 공공기관 지정이 현 정부에서 결정된 지 얼마되지 않은 터다. 그러다 보니 공공기관 해제 문제는 '봉수 탓만 할 수도 없는 것'이 됐다.
거래소는 급성장하는 동남아 등과의 제휴 확대 등 사업 보폭을 늘리고 있으나 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주가조작 등 시장교란행위가 첨예화되는 추세인 데도 이를 감시할 시장감시본부 인력은 수 년째 거의 그대로다.
'방만 경영'이란 원죄가 더 컸다 하더라도 증시 선진화 등을 고려한다면 운신의 폭을 넓혀 주면 어떨까 싶다. 목표도 더 높여야 할 것이다. 채찍질은 그 이 후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