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잡은 물고기에겐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물고기를 잡기 전에야 끊임없이 먹잇감을 주지만 막상 잡고 나면 관상어(觀賞魚)가 아닌 이상 먹이를 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주가'가 높아진 연금저축펀드의 운용실태를 보면 투자자들이 잡힌 물고기 신세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일 현재 설정된 연금저축펀드는 모두 65개(설정액 10억원 이상)로, 총설정액이 3조2036억원에 달한다. 연금저축펀드가 첫 선을 보인 것은 2001년 1월이다. 그해 22개가 설정됐다가 2007년 이후 급증했다.
정작 수익률을 보면 노후 대비에 도움이 되는지 의구심이 든다. 설정된 지 5년이 넘은 연금저축펀드를 보자. 지난 20일 기준 5년 평균 수익률은 35%로,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 54%는 물론 시장 평균 수익률 40%에도 뒤진다. 소득공제라는 혜택이 있지만 이런 수익률 추세라면 소득공제 효과가 무색할 지경이다.
연금저축펀드가 일반펀드에도 못미치는 성과를 보인 데는 '착한' 가입자들로 인해 운용이 느슨해진 영향이 커 보인다. 연금저축펀드 가입자 대부분은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쉽게 환매하지 않는다. 만기 전 중도환매하면 그간 받은 소득공제분을 반납해야 하는 샅에 환매할 '용기'를 내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이는 운용사들의 방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연금저축펀드가 한번 들면 10년 이상 투자자들을 묶을 수 있는 구조여서 관리도 느슨해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곧 연금저축펀드 가입자들은 판매사나 운용사 입장에서 '잡은 고기'나 다름 없는 셈이다.
국내 간접투자시장은 '적립식' 상품이 도입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시장규모만 확대된 게 아니라 상품종류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이 성장세를 안착시키려면 운영이 보다 탄탄해져야 한다.
연금저축펀드의 경우 현재의 자산을 불리는 차원을 넘어 소득이 없는 노후를 대비하는 대책이라는 점에서 가입자들의 민감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실망한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한 간접투자시장 자체의 확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