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건희 회장이 취임후 처음 한 일

[기자수첩]이건희 회장이 취임후 처음 한 일

김태은 기자
2012.02.28 09:04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1층에 셔터가 내려진 채 장사를 접은 매장이 있다.

하루 40만명이 다녀가는 쇼핑몰 1층이라 자릿세만도 어마어마할 텐데 한 달이 다 돼가도록 방치된 이유는 뭘까. 당초 이 자리엔 커피전문점이 성업 중이었다. 그러나 이달 초 두산그룹이 커피전문점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하자 아예 결정한 그날부터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새로운 사업자가 정해질 때까지 당분간 직접 운영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매장 폐쇄로 발생하는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하루 빨리 그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그룹 경영진의 판단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수입차 사업도 가장 먼저 철수하는 용단을 내렸다. 혹자는 어차피 돈 안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포기하기 쉬웠던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돈 때문이었다면 이처럼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수 시장 중심의 소비재 산업 대신 기계·중공업 산업으로 사업방향을 정해 선택과 집중의 길을 걸어왔기에 가능했다.

두산처럼 즉시 폐업까진 아니더라도 많은 대기업들이 커피전문점과 빵집, 편의점 김밥 등 골목상권과 관계된 업종을 철수하거나 철수를 계획 중이다.

물론 대기업이란 이유로 사업영역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불만을 나타내는 곳도 적지 않다. 또한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눈치만 보는 곳들도 있다.

실제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대기업 사업영역에 대한 논란이 과열되는 면도 없지 않다. 이런 때 일수록 대기업들로선 선택과 집중에 따른 명확한 경영 목표와 원칙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정면 돌파 방법이다.

유니클로나 자라 등에 맞서 SPA(제조 유통 일괄화 의류) 브랜드를 출시한 제일모직에 대해 대기업이 값싼 티셔츠 장사를 하느냐는 비판을 할 사람은 없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세 기업인으로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양돈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중소기업 업종을 이전한 것이었다. 회장 취임 직후 3년에 걸쳐 흑백TV와 카세트, 난방기, 가습기 등 352가지에 이르는 품목을 중소기업에 넘겼다.

이건희 회장의 원칙은 명확했다. "대기업은 첨단기술 제품이나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의 생산에만 주력하고 나머지는 중소기업이 맡는 식의 효율적인 생산분담관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손쉽게 돈 버는 사업만 한다는 지적을 듣는 재벌가 자녀들이 억울해하기에 앞서 떠올려 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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