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협상 불발뒤 오리온에 접촉, 매각가 3조3000억원 내비쳐
오비맥주 최대주주인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이하 KKR)가 일부 인수 후보기업과 접촉하며 오비맥주 조기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KR은 지난 1월 오비맥주 매각을 위해 롯데그룹에 인수의향을 타진했지만 불발로 그치자 제3의 인수 후보 기업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이는 KKR이 인수금액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공개 매각에 돌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KKR은 2009년 5월 오비맥주를 인수했다. 롯데그룹은 맥주공장 신설을 통한 '독자 진출' 의지를 굳힌 상태다.
◇롯데, 오리온 연쇄 접촉〓KKR은 최근 연 매출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오리온에 오비맥주 인수 의향을 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KKR은 오리온 측에 오비맥주 인수금액으로 에비타(EBITA :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 마진의 10배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의 지난해 에비타 마진은 3300억원이므로 KKR이 의도한 인수금액은 3조3000억원 수준인 셈이다.
오리온은 그러나 이 제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사업인 제과업에 집중한다는 경영방침과 맞지 않아서다.
KKR이 원하는 매각금액인 3조3000억원이 현실화한다면 KKR은 1조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KKR의 2009년 오비맥주 인수금액은 18억달러(당시 한화 2조3000억원)이다.
그러나 이같은 금액이 현실화될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강할 때는 오비맥주 인수금액으로 에비타 마진의 10배를 줄 수 있지만 경기나 주류시장 내부 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실적좋을때가 매각적기라고 본 듯= KKR의 아시아 투자를 총괄하는 조셉 배 대표는 2009년 오비맥주 인수 직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오비맥주에 최소한 5년이상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KR이 인수 당시 발표와 달리 조기매각하려는 데는 경영실적이 지난해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호조세여서 매각의 최적기로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액 1조735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시장점유율도 KKR이 인수하기 이전인 2008년 41.8%였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5%로 높아졌다. M&A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KKR은 오비맥주 시장점유율이 최고치에 이르렀을때 파는 것이 더 높은 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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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맥주시장의 지각변동도 KKR이 조기 매각을 저울질하는 이유다. 이미 롯데그룹은 오비맥주 인수가 아닌 독자 진출 입장을 확정짓고, 충북 충주에 맥주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 3월에는 국세청으로부터 주류 제조업 허가도 받았다.
오비맥주는 인수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국내 기업 중에는 롯데그룹 외에는 특별한 인수후보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다. 이런 롯데가 독자 진출을 선언했으니 KKR은 다급한 처지가 됐다.
한 전문가는 "지금 상황으로는 롯데그룹 외에 오비맥주를 인수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국내 기업은 없다고 본다"며 "롯데가 오비맥주 인수 대신 맥주 공장을 신설할 경우 KKR은 매각에 난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