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질주에 애타는 삼성그룹주펀드

삼성전자 질주에 애타는 삼성그룹주펀드

임상연 기자
2012.05.03 15:44

삼성전자(182,400원 ▼6,600 -3.49%)의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 강세 덕분에 여타 펀드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차익실현성 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더구나 경쟁상품인 삼성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와의 수익률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상품 경쟁력까지 흔들리고 있다.

◇삼성그룹주 펀드, ETF가 상위권 싹쓸이

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5개 삼성그룹주 펀드(주식형 기준, ETF 포함)의 연초이후 단순평균 수익률은 16.12%를 기록 중이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8.43%)보다 2배가량 높은 성과다.

1개월, 3개월 단순평균 수익률도 각각 2.85%, 8.25%로 일반 주식형펀드(1개월 -1.25%, 3개월 1.46%)에 비해 압도적이다.

전체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펀드매니저들의 속내는 편하지 않다.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유독 강세를 보이면서 경쟁상품인 삼성그룹주 ETF와의 수익률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펀드매니저의 개인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일반 펀드와 달리 ETF는 시스템적으로 벤치마크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펀드와 ETF간 경쟁은 곧 펀드매니저와 시스템간의 경쟁인 셈이다. 히지만 현재 삼성그룹주 펀드 매니저들은 모두 시스템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실제 삼성그룹주 펀드 중 연초이후 수익률 1~3위는 모두 삼성그룹주 ETF가 차지하고 있다. 1개월에서 1년까지 모든 구간의 성과도 마찬가지다.

연초이후 수익률이 가장 우수한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삼성그룹주 ETF인TIGER 삼성그룹(24,755원 ▼545 -2.15%)(펀드명 미래에셋TIGER삼성그룹상장지수펀드)으로 20.89%를 기록 중이다.

또 삼성자산운용의KODEX 삼성그룹(18,050원 ▼360 -1.96%)(삼성KODEX삼성그룹주상장지수펀드)가 20.16%, 한국투신운용의KINDEX 삼성그룹SW(30,085원 ▼475 -1.55%)(한국투자KINDEX삼성그룹주SW상장지수펀드)가 18.20%로 뒤를 잇고 있다.

ETF를 제외한 일반 삼성그룹주 펀드 중에서는 동양자산운용의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 1(주식)A'가 15.67%로 가장 좋았다. 1위인 'TIGER 삼성그룹'과는 수익률이 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것. 이 같은 수익률 격차는 평가기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벌어진다.

◇'종목당 투자한도+자금이탈' 이중고

삼성그룹주 펀드와 ETF간 수익률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 투자한도 차이 때문이다. 일반 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종목당 편입한도가 10%로 제한돼 있지만 ETF는 30%까지 편입이 가능하다.

삼성전자(182,400원 ▼6,600 -3.49%)의 경우 예외를 둬 일반 펀드도 시가총액 비중만큼 담을 수 있지만 그래도 ETF보다는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2일 기준 삼성전자가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 정도다.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일반 삼성그룹주 펀드의 삼성전자 편입비중은 다른 종목보다 1.5~2배가량 높은 15~18% 정도인데 반해 ETF는 26~28%에 달한다"며 "최근 삼성그룹주 중에서 삼성전자가 유독 강세를 보이면서 ETF가 선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삼성그룹주 펀드들이 주로 편입하는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전기 등 7개 종목의 최근 한 주간 수익률을 보면 삼성전자가 8.0%로 삼성중공업(8.4)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편입비중이 삼성중공업보다 1.5배에서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 기여도는 더욱 크다.

수익률이 좋아질 수록 차익실현성 환매가 늘고 있는 것도 펀드매니저들에겐 부담이다. 올 들어 삼성그룹주 펀드에서는 5800억원이 순유출됐다. 이중 대부분은 ETF를 제외한 일반 삼성그룹주 펀드들에서 빠져나간 자금이다.

업계관계자는 "환매가 몰리면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은 수익률 관리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며 "ETF는 일반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해 유동성을 보충할 수 있지만 펀드는 자금이 빠지면 회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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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 미래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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