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헤지펀드, 가만히 있는 게 최선?

[기자수첩] 헤지펀드, 가만히 있는 게 최선?

권화순 기자
2012.05.10 10:02

"가만히 앉아 콜로만 돌렸는데 저절로 상위권에 오르더라고요.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몇달 전 한국형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들은 얘기다. 이 운용사는 헤지펀드 인가를 받고도 예정한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한동안 설정액이 미미했다.

'억대' 연봉 펀드매니저조차 이렇다할 전략을 구사하기 못할 처지여서 부득이 금융사간 단기자금(콜·약 3.25%) 거래만 했다. 정작 펀드수익률은 상위권에 들었다.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 펀드보다 가만히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펀드가 오히려 우수한 성적을 낸 것이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흘렀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이제 모두 17개가 운용된다. 출범 넉달을 맞은 이들 펀드 가운데 절반 이상은 안타깝게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수익률은 -4%대가 많고, 심지어는 -8% 가까운 곳도 있다. 넉달 간 차라리 콜거래만 했다면 수익률이 최상위권에 들었을 것이다.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입술이 바싹바싹 마른다. 운용 개시 후 줄곧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한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중도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금융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 펀드의 수익률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헤지펀드에 자금을 댄 증권사도 속앓이를 한다고 한다. 증권사들은 헤지펀드와 PB(프라임브로커) 계약을 하기 위해 시드머니(종잣돈) 수백 억원을 투자했다. 증권사 고유자금을 넣은 것인데 펀드가 손실을 보면서 적잖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호기롭게 출발한 헤지펀드가 이처럼 고전하는 것은 최근 국내 증시의 '쏠림현상'이 한몫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부분 저평가 주식을 매수하고 고평가 주식을 매도하는 '롱숏전략'을 구사하는데, 국내 증시가 한동안 박스권 흐름을 보인데다 일부 종목 쏠림 현상이 심해져 추가 수익을 내기 어렵다.

다음달이면 헤지펀드 운용 6개월을 맞는다. 시장이 흔들리더라도 변동성 없이 꾸준히 절대수익을 내겠다는 당초 취지는 무색해진 상태다. '아무것도 안하는 게 더 나은 전략'이란 오명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제 좀 더 냉정하게 돌아볼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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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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