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야구장에 구름 관중을 몰고다니는 박찬호 선수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첼시에 우승컵을 안긴 디디에 드록바의 활약상을 본 이들이라면 스타의 위력을 실감한다. 한물 간 선수 취급을 받던 드록바는 극적인 동점골에 이어 승부차기를 마무리짓는 골로 첼시가 팀 창단 107년 만에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를 들도록 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날려주는 스타가 필요한 곳은 경기장만이 아니다. 한 기업의 성장지도를 다시 그리게 한 히트상품이나 절체절명의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돌린 CEO(최고경영자)는 스타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다.
자본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출중한 상장기업의 존재는 시장 자체의 면모를 바꿔놓을 수 있다.삼성전자(193,100원 ▲6,900 +3.71%)없는 코스피시장, 애플 없는 나스닥을 떠올려 보면 안다. 특히 주식시장은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를 넘어 국가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새로운 기업의 탄생을 유도해 경제발전의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 스타 발굴이나 육성의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스타급 선수가 없다면 외부에서 영입하거나 신인이라도 키워야 한다. 아쉽게도 국내 증시는 당장 이 2가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증시에 데뷔하는 공모(IPO)의 경우 근래 뒷짐을 진 상황이다.
올 들어 22일까지 공모기업 수는 코스피 3개, 코스닥 6개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개, 15개에 비해 절반 남짓이다. 전체 공모규모는 올 들어 3951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6234억원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꿈나무'조차 잘 나타나지 않는 것은 여전히 끝을 가늠하기 힘든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과 중국의 불안한 경제흐름 때문이다.
여기에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진 것도 이유로 꼽히다. 당국이 보다 엄격한 심사에 나서는 것은 상장 후 공모가를 밑돌거나 회계 투명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사례 등을 막기 위해 차원인데 IPO를 준비하는 곳은 시장여건도 악화된 상태여서 아예 일정을 늦추고 있다고 한다. 공모를 주저하는 게 외부요인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괜찮지만 추세로 굳어진다면 곤란하다.
사실 미국이나 영국의 사례를 보면 공모시장이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따르면 미국에서 공모기업 수는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311개에서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99개로 급감했다. 공모 전 연매출이 5000만달러를 밑도는 중소기업들은 같은 기간 165개에서 30개로 줄어들어 훨씬 큰 타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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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이스북의 상장으로 공모열기가 일시적으로 뜨거워질 수 있으나 장기적인 추세를 막기 힘들 것이라고 이 잡지는 예상했다. 이어 IPO는 자본주의의 기관차였는데, 기업의 상장의욕을 꺾을 정도로 과도한 규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IPO 동기를 높이려면 시장도 활성화돼야 한다. 국내 코스닥은 상장기업 수나 시가총액 등 '외형'이 커졌다. 상장사 수는 출범 당시 343개에서 현재 1016개로 늘어났고, 시총도 8조원대에서 100조원 가까이로 커졌다.
문제는 지수가 8년여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참에 제법 큰 기업들은 떠나버린다. 당국이 주요 그룹의 비상장 계열사를 포함해 '초대형' 스타를 영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마치 월드컵 국가대표팀 전력 보강을 위해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추진하는 것에 버금가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겠지만 '꿈의 무대'를 향한 열망에선 다를 게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