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가 하나의 기업으로 자리잡으려면 '죽음의 계곡'을 건너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벤처는 창업자금을 확보해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 단계를 거쳐 서비스나 제품의 사업성을 인정받고 재투자까지 이끌어내는 '세컨드 라운드'로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2단계 넘기기가 간단치 않다. 사업아이템이 시장에서 제대로 통하지 않거나 내부 갈등으로 창업 당시 의욕이 꺾이면서 재투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벤처업계에선 1단계와 2단계 사이를 '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른다. 미국 트위터나 페이스북 돌풍에 국내에서 청년창업붐이 일면서 벤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벤처로 성공을 경험한 엔젤투자자가 넘쳐나는 실리콘밸리에 비해 국내 벤처투자의 저변은 허약하다. 무엇보다 벤처투자로 성공한 사례가 제한적인 영향이 크다. 엔젤을 그저 단기투자자로 인식하는 이들도 나타난다. 당국이 일부 정책자금을 지원하며 창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꿈을 현실화하는 데 제약 요인은 여전히 많다.
벤처업계가 최근 주목하는 것 중 하나는 '코넥스'(KONEX) 신설 방침이다. 이는 코스피, 코스닥에 이은 제3의 장내시장으로, 초기기업들에 자금조달 통로를 만들어주겠다는 취지에서 연내 설립을 목표로 추진된다. 이와 관련,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그간 창업 다음 기업 자금을 확충하기 위한 시장이 완전히 공백 상태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이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정자문인과 거래소가 기업의 경영투명성과 성장성을 심사한다고 하지만 매출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초기기업들을 어떻게 심사할 건지는 오리무중이다. '싹수를 알아보는 눈'은 아무래도 투자 경험자들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투자자 모집능력도 관건이다. "성공한 기업은 100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다"는 미국 유명 엔젤투자자의 말처럼 초기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다. 한국거래소는 연기금 벤처투자풀 등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나 이들의 참여 여부는 미지수다. 거래소가 중소 전용시장으로 만들었던 장외시장인 프리보드도 투자자가 없어 사실상 죽은 시장이 됐다.
'코넥스'가 죽음의 계곡에서 벤처를 살리는 징검다리가 돼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낙관은 아직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