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교협의 수수방관

[기자수첩] 대교협의 수수방관

최중혁 기자
2012.06.18 16:05

지난 15일 오후 대학입시 전문 학원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날아왔다. 올해 대통령선거 일정 때문에 2013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일정이 일부 변경됐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친절하게 링크까지 시켜놓았다.

대학 입시 일정이 바뀌는 것은 60만명 수험생은 물론이고 학부모, 고교 교사, 대학 관계자 등에 큰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교육과학기술부도 아니고 대교협도 아닌 대입전문학원이 최초로 공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대교협에 전화를 걸었더니 "다음주 금요일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팩트가 맞다고 확인해 줬다. 메일을 보낸 학원 관계자는 "사흘 전에 (누군가로부터) 얘기를 들었고 대교협 홈페이지에도 올라와 있길래 안내 차원에서 메일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대학 입시 일정 바뀐 걸 학원이 먼저 좀 알았다고 해서 그게 무슨 큰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대학입시는 정보력 싸움'이라는 말이 상식이 됐을 정도로 입시업체간 정보 획득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서울 주요 대학 입학전형 계획을 조금이라도 먼저 알아내기 위해 대학을 상대로 다양한 로비 활동을 벌이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고교 학력 정보를 빼내기 위해 진학 담당 교사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공교육을 앞서는, 입시업체의 빠르고 정확한 정보 획득·분석 능력은 수험생들에게 '사교육에 대한 깊은 신뢰'를 안겨준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대교협 입시설명회보다 업체 입시설명회를 더 선호하는 이유도 이런 관행이 쌓인 결과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대교협 무료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전국 고교의 절반이 넘는 1300여개 학교가 특정 사설 업체의 대학입학정보프로그램을 유료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교사들은 "대교협 프로그램은 쓸모가 없다"고 얘기한다. 상황이 이런 데도 대교협은 수수방관이다.

지난 세월 사교육은 공교육이 안하고, 못하는 영역을 집중 공략해 공룡으로 컸다. 공교육이 계속 소극적이고 안이한 자세를 보이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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